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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일 미국이 INF 조약 파기를 통보하자 블라드리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대책회의에서 ‘미국의 명백한 조약위반 사례’로 2016년 루마니아에서 운용을 시작한 지상배치 추격미사일 발사시스템을 들고 이 시스템이 폴란드, 더 나아가 ‘일본’에도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도입하려는 미국의 육상배치형 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일본에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2기 판매안을 승인했다.
일본은 이지스 어쇼어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이 동맹국을 통해 전 세계적인 MD 배치를 하고 있다고 간주, 일본과의 외무·국방장관 회의에서 우려를 전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관리 핵심인 INF 조약의 명운을 가르는 회의에서 굳이 ‘일본’을 거론한 배경에 주목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조약의 일방적 파기를 통보한 미국을 거듭 비난하며 일본을 거론했다. 그는 “INF 조약과 (북방영토를 포함한) 쿠릴열도 문제는 분명히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역시 결국 INF 조약을 탈퇴, 신형 미사일 개발 등 미국과의 동등한 조치를 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협상 결렬 직전까지 미국이 러시아의 조약 위반 사례로 거론한 신형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을 각국 주러 무관에게 공개하는 등 조약이 유지되길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러시아의 이같은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일본에 퍼부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 개막하는 뮌헨안보회의에서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협의한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이지스 어쇼어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국제정치학자 표도르 루키야노프는 “러시아가 영토문제에서 양보할 여지가 있더라도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어디까지 독립적인 외교를 할 수 있느냐가 협상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