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에 따른 세수·가격 추이를 추산한 공식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개선안을 낸 홍범교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맥주 회사의 출고 가격은 영업 비밀이어서 종량세 개편에 따른 세수·가격 변화를 추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세법 원론에 따르면 수입산 맥주 가격이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이필우·유경문은 저서 조세론에서 “주세가 과세 되었을 때 그 초기 충격은 술 제조업자가 받는다. 그러나 그는 부과된 세액만큼 주류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조세를 전가한다”고 밝혔다. 이론대로 라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값싸게 공급된 수입산 맥주가 내년부턴 사라질 수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 등 국내 업계에서도 수입맥주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원에 여섯 개씩 판매하는 저가 수입맥주들은 종량세가 시행되면 주세 부담이 높아져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코스 사례’처럼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가 5배가량 올랐다. 하지만 한 갑당 가격은 4300원에서 4500원으로 200원 오르는데 그쳤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간 대체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 홍 연구위원도 “세금 인상분을 흡수할지, 가격으로 전가할지는 각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주 값까지 영향을 받을까.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소주 주세의 후속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은 공청회를 통해 주세를 2~4배 인상하는 수준의 종량세 도입안을 통해 공개했다. 당시 도입안은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세금을 올리는 방식이어서 ‘소주 값’ 인상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맥주 종량세 개편 건의가 와서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농도 기준의 종량세나 소주 주세 개편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개된 방안에 대해서도 “세법개정안과 관계 없는 연구용역 수행기관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현행 종가세는 비싼 술에 세금을 더 부과해 부의 재분배 기능이 있다”며 “국산 맥주업계의 ‘과세 역차별’ 불만을 경청하되 간접세 인상, 소비자 부담 증가까지 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