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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곪아 결국 가계부채 1400兆…시선은 文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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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7.08.23 17:04:02

IMF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로 눈 돌린 금융권
가계부채 급증 와중에 소득·소비는 제자리걸음
文정부 곧 대책 발표…"범정부 종합대책 필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 통계 추이다. 올해 2분기 현재 가계신용 총액은 1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1388조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뇌관이라는 우려가 더이상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언제부터 어떻게 불거졌으며, 갈수록 그 위험도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IMF 위기 후 불거진 가계부채

가계부채 문제를 살펴보려면 20년 전인 IMF 외환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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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금융기관 대출은 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 대기업 중심이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자산 중 제조업의 비중은 지난 1995년 40.9%에서 1997년 37.1%로 내렸고, 2001년에는 24.6%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비중은 거의 반대로 움직였다. 1995년 27.1%에서 2001년 44.1%로 급증했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1998년 19조1000억원 감소했다가 1999년 25조1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0년에는 47조3000억원까지 증가 폭이 커졌다.

과거 특혜에 가까웠던 가계대출이 일상이 된 것은 금융기관이 가계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대량의 부실채권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외환위기 때가 금융권 트라우마의 정점이었다. 그 대신 가계대출은 규모가 작고 분산되다보니 부도 위험이 훨씬 작다.

가계의 대출 수요도 강했다. 외환위기 직후 1999년부터 우리 경제는 회복세를 탔다. 1999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11.3%.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 때에 버금갔다. 같은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무려 11.7%였다. 한은이 국내총생산(GDP)를 산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카드사의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때가 이 당시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였다.

하지만 그 즈음부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태정 당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04년 낸 보고서에서 “가계의 부실은 소비자 파산을 늘리고 증가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켜 경제·사회적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면서 “연체율이 상승하면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썼다.

신인석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2002년 KDI 연구위원이었을 당시 “아파트가격 급등이 가계대출을 추가적으로 증가시켜 향후 경기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이후 가계신용, 가구소득, 민간소비의 증감률(전년 대비) 추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매해 10% 안팎씩 고공행진을 했지만, 가구소득과 민간소비는 주로 0~2%대에 머물렀다. 출처=한국은행·통계청


소득·소비보다 더 증가한 부채

문제가 본격화 한 건 그 이후부터다. 이데일리가 2004년 이후 한은과 통계청 등의 소득·소비·부채 통계를 분석해보니, 부채의 증가 속도가 월등하게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테면 2004년 가계신용 증가율(전년 대비)은 4.7%였지만, 가계소득과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2.3%, 0.3%에 그쳤다. 이듬해에는 더 극명했다. 각각 9.8%, 1.2%, 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과 2009년에도 가계신용은 7~8% 증가했지만, 소득과 소비는 1% 안팎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 2년(2015~2016년)은 부동산 활황 때문에 가계신용 증가율은 각각 10.9%, 11.6%에 달했다. 반면 가구소득 증가율은 0.9%, -0.4%에 그쳤고, 민간소비 역시 2.2%, 2.5%에 머물렀다. 경제가 성장하는 이상으로 부채가 늘어나다보니, 경제 전반, 특히 소비에 주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직장인이 빚 갚는 능력(소득과 자산) 이상으로 대출을 받으면 씀씀이를 줄이고, 더 심해지면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각 정권이 가계부채 문제를 매번 논의했음에도 불거진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노무현정부 5년(200조7000억원 증가), 이명박정부 5년(298조4000억원 증가), 박근혜정부 4년(378조7000억원 증가) 모두 상황은 비슷했다. 가계부채가 문제라는 것은 잘 알았지만, 또 각 정권마다 부채에 의존해 성장을 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억제대책은 안 된다”


최근에는 가계부채의 급증 와중에 질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날 공개된 가계신용 통계상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폭으로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2분기 중 예금은행 기타대출은 5조7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2006년 3분기부터 기타대출 항목을 따로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이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규제하자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담대에 비해 갚아야 할 이자가 높은 경우가 많다.

시선은 이제 문재인정부로 쏠린다. 문재인정부는 다음달 중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역대 정권들의 대책이 ‘어떻게 하면 덜 빌려줄까’에 맞춰졌지만, 공급 억제책만으로는 안 된다. 전방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새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이 처음 나왔을 때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제대로 포커싱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면서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것은)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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