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탄핵을 외치던 비주류(비박근혜계)가 1일 친박계와 손을 맞잡았다.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한 지 사흘만이다.
친박계가 제안한 이른바 ‘명예퇴진론(내년 4월 하야)’이 당론으로 채택되면서 비박계는 사실상 강경기조를 철회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진퇴문제의 공을 국회에 넘긴 만큼 탄핵 부결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자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명예퇴진론을 당론으로 채택하기 직전 상황은 급박했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의도 모처에서 긴급 비공개 회동을 했다. 그 사이 국회 의원회관에선 비박 주축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동시에 열렸다.
김 전 대표와 비상시국회의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회동을 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김 전 대표는 “내년 4월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비상시국회에서도 퇴임 시점을 4월30일로 못 박고 대야(代野)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즉각 탄핵 기조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이 같은 명예퇴진론은 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등 주류 의원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어서 당론 채택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은 이때부터 나왔다. 탄핵 부결 또는 가결 시에도 헌법재판소도 탄핵에 손을 들어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판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명예퇴진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만장일치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이번 일정은 지난 주말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국가 원로분들의 의견도 듣고 한 것이어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4월 퇴진은)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위한 최소한의 대통령 선거 준비 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탄핵 심판의 종료 시점과도 비슷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도 “여야를 초월한 국가 원로들도 4월 퇴임이 안정적인 정권이양이라고 했다. 의총에서도 당론으로 확정됐다”며 “문제는 당론을 토대로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합의가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9일 탄핵 표결 방침에는 “합의가 안 되면 그때 가서 우리의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에서 정하는대로 따르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국회는 당연히 여야 협상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며 “협상이 되면 그 결론대로 가는 것이어서 탄핵 가능성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친·비박 간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적의를 품었지만 협력해야 하는 상황)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는 9일 전까지 박 대통령이 4차 대국민담화 등의 방식으로 진퇴 시기와 관련해 못 박지 않으면 비박계 내부에서 역풍을 우려해 ‘즉각 탄핵론’이 재점화할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대통령 4월 퇴임은) 결국 친박과 비박간 정치적 이해가 서로 맞아서 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비박도 박 대통령이 직접 진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를 명분으로 탄핵 부결에 따른 부담을 덜어 버린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