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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뜻밖에 원로 회계학 교수와 힘있는 정통 관료가 경선을 치르긴 했지만 회계업계는 선거 열기처럼 뜨거운 상황이 아니다.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감사 실패와 임직원들이 연루된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얼음장처럼 냉랭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취임 초부터 회계업계의 자정 활동 부담을 안은 주인공은 최중경(61·사진) 전 지식경제부 장관. 그는 22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최 신임 회장은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가 있기 전부터 회계업계 원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기업과 감사인 관계가 ‘갑을’ 관계로 전도돼 독립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부실한 회계처리에 대한 비난도 애당초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보다 감사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현실. 힘 있는 관료 출신 회장이 회계업계를 이끌어야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나마 수평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정서가 회계업계 저변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일선 회계사들의 표심도 그를 향해 움직인 듯하다.
최 회장은 선거에 출마하면서 감사보수 최저한도를 설정하고 기업과 감사보고서 이용자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투자자 지불 모델(Investor Pay Model)’을 회계업계에 도입하겠다는 구상이 새롭다. 또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금융권 부채가 많아 리스크가 큰 회사에 대해서는 감사인 지정을 대폭 확대하고 덤핑수임 등에 대한 회계감리를 강화해 감사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고도 약속했다. 감사인 지정 확대와 덤핑수임 문제 해결은 회계업계가 오랬동안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이다.
통일 시대에 대비해 북한지역 회계 인프라 구축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공약도 제도의 큰 그림을 그려온 정통 관료만이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다. 북한의 회계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활발히 진행되다 근 10여년 간 명맥이 끊긴 상황인데 이를 복원하겠다는 것은 북한과의 경제 교류에 물꼬를 트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청년과 여성, 지방 회원들의 회계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청년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을 설치하겠다는 것도 회계업계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공약이기도 했다. 신입 공인회계사들의 임금은 근 10여년 째 동결된 상태로 회계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 회장은 청년회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등과 협력해 청년회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발도상국 회계인프라 구축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최근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에 대한 총괄대표 제재를 강화하는 금융당국에도 업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총괄대표는 현장에서 감사증거를 채집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모든 일을 책임질 순 없다”며 “아들이 잘못하면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발상은 안된다”는 지론을 밝히기도 했다.
“일도 해 본 사람이 한다.” 선 굵은 카리스마로 ‘최틀러’란 별명을 얻은 그가 정견발표에서 밝힌 사자후다. 30여년 동안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 경험과 지식,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와 국회, 언론을 설득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전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했고 재정경제부 회계담당 과장으로 회계제도 전반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등 회계업계에 대한 애정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회계사회 회장으로서의 행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