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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수급 상황도 반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는 99.1이다. 전세 수급 지수는 전세 수급 상황을 수치화한 값이다. 기준값인 100을 밑돌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것을,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건 2019년 10월 21일 조사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99.8)에서도 전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전세 수급 지수가 100을 밑돌았다.
전세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로 바뀌면서 일부 단지에선 전세 시세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선 전용면적 84㎡형 전세 호가가 10억원까지 낮아졌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은 10월만 해도 1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10억원까지 올랐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형 전셋값은 저층부 기준으로 4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정부에선 전셋값 안정 흐름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전세시장도 입주 물량 증가,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종료 등으로 임대차 2법(계약 갱신 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이 시행된 2020년 8월 이후 최다매물이 출회되고 가격 상승세도 지속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셋값 안정을 논하기 아직 이르다고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말이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엔 데다 최근 정부가 전세 대출을 규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요가 더 위축됐다”며 “특정 기간 일어나는 현상을 가지고 안정화 추이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여름이 전세 시장 변곡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7월 말부터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물건들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한 번 사용한 물건은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전셋값을 임대인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내년 8월이 되면 전·월세 계약 갱신을 했던 물건들 임대료가 시세에 맞춰 현실화되기 때문에 체감 인상 폭은 굉장히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