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급격하고 커다란 변화”라며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요구, 서로 공존·상생하고 투명하게 경영을 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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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에 근무 중인 고 대사는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 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과 화상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고 대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역임한 ‘에이스’ 정책기획통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 원장은 기업 재무·지배구조에 정통한 전문가다.
고 대사는 이날 대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선진국들의 발걸음이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며 지난 2년여 동안 프랑스 현지에서 접하는 ESG 선진국 동향부터 소개했다.
고 대사는 “프랑스는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조항을 헌법 제1조에 넣고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OECD는 올해 10월 각료회의에서 ESG 특별 세션을 마련해 논의하려고 한다. 유럽연합(EU)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탄소국경세가 시행되면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품목에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아울러 고 대사는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분야 탄소중립 2050 로드맵’을 소개했다. 로드맵에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현재 5%)을 60%까지 확대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의 신규 설치 규모를 2020년보다 4배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고 대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며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비용도 고통도 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 대사는 “변화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신산업을 키우면서 포용적 전환을 하는 ‘투트랙’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기차, 2차 전지, 수소 생태계,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존 산업의 경우에는 업종 전환, 종사자 재교육 계획을 세워 부드럽고 매끄럽게 전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SG 규제로 피하기보단 선제적 대응해야”
고 대사는 대담에서 “이같은 ESG 변화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 원장에게 향후 기업 경영 방향을 질문했다. 신 원장은 공정거래3법, 탄소국경세 등을 언급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게 현실이지만 규제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 원장은 “기업들이 전향적으로 임할수록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ESG가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원장은 “ESG에 대해 기업별로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잘하는 기업을 칭찬하고, 못하는 기업을 꾸짖기 위한 게 아니다”며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도록 돕는 역할로 이해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한국형 ESG 지침서’와 ‘ESG 모범규준’을 준비 중이다.
신 원장은 “프랑스에서는 기후변화 관련해 헌법까지 개정할 정도”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전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적극적으로 환경 등 ESG에 대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쪽으로 투자 동향이 바뀌고 있다”며 “ESG 투자 확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