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빈발하는 테러에 맞서려면 이제 유럽인들은 이스라엘인들처럼 공포를 내면화해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엔리코 레타(49) 전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 테러 직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잇따른 테러는 모두 내부에서 자행된 ‘내전’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경을 봉쇄하고, 나라 사이의 장벽을 높이는 것은 테러에 맞서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부터 작년 1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 테러, 브뤼셀 테러를 거쳐 니스 테러에 이르기까지 모두 유럽인들이 유럽인들을 죽인 사건”이라며 “(테러를 일으킨) 프랑스 시민을 막으려고 국경 장벽을 높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레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부터 유럽을 충격에 빠뜨린 일련의 테러들이 하나같이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슬람계 자국민들이 저지른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타 총리는 이어 “이제 테러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관건은 유럽이 안보 시스템과 삶의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유럽은 이제 이스라엘처럼 테러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처럼 공포를 내면화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으로 삼자는 말”이라며 “두려움을 가짐으로써 경계와 예방적 방어 등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이런 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게 결국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럽은 자살 테러라는 연속적인 흐름에 진입했다”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답변했다.
그는 “테러로 인한 희생자의 상당수는 이슬람 신자들이라는 점에서 유럽에서 일어나는 테러들을 종교 전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슬람교도 결국 희생자인 셈”이라며 “유럽은 극단주의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테오 렌치 현 이탈리아 총리에 앞서 2014년 2월까지 내각을 이끈 레타 전 총리는 현재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