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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도 자료 내야”…‘동일인 지정제도’ 개선 외친 여야

김은경 기자I 2023.11.02 16:32:22

국민의힘 이어 민주당 국회 토론회 개최
재계·학계 “현실 반영 못한 뒤떨어진 법”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우리나라가 급성장했던 시대인 1980년대 탄생한 ‘동일인 지정제도’가 현재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5일 국민의힘에 이어 2일 더불어민주당(박성준·김종민 의원실)은 국회에서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규제개선 토론회’를 열고 동일인 지정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를 높였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를 동일인(주로 그룹 회장·최대 주주)으로 정의한다. 이를 둘러싼 친인척, 비영리법인·단체, 계열사 특수관계인 등을 통한 소유나 지배관계를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40년 전과 달리 현재 경영 환경은 회장 1명이 기업집단 전체의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했고 대부분 기업집단이 세계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 간 지원 등이 법적, 감시 체계에 따라 투명해지며 도입 취지의 의미가 대부분 퇴색됐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매년 친인척이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회사의 상세 정보를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제출해야 하는 행정적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규제로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에 족쇄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외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때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제도하에서는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이 기업가치 5조원 이상의 법인을 세우는 경우 해당 기업 총수도 동일인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동 자본으로 약 9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플랜트를 세우는 ‘샤힌 프로젝트’가 법인화되면 원칙적으로 ‘빈 살만’도 동일인이 된다. 매년 친족의 주식과 사업 현황을 파악해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 행정부는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로 동일인 지정제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정·재계와 학계에서도 이 규제를 현재 경제 환경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정제도가 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유효하다면, 과잉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 제도에는 비영리법인 임원까지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돼 있어 공익재단도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는 상황까지 발생해 오히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비영리법인의 역차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성준 의원은 “시장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규제의 내용이 자칫 경제와 산업의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로 작용하면 안 된다”며 “동일인 집단 편입에 비영리법인을 포함하는 게 바람직한지, 제출 의무 위배가 형사법상 제재로까지 적용할 일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박성준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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