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인지도로는 첫손에 꼽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햄버거나 먹을까’ 떠올릴 때 최우선 순위로 꼽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할 것 없이 맥도날드는 비슷한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 인수전의 분수령은 이 지점에 있다.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기까지 험준한 조건과 협상을 넘어야 한다. 매각가 최종 책정과 함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맥도날드 본사의 권한을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에 쏠린다. 이른바 ‘마스터 프랜차이즈’라고 불리는 본사 개입 여부 조율이 인수전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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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지난달 한국 맥도날드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달 초 1차 실사를 진행한 뒤 본격적인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맥도날드 지분은 현재 맥도날드 본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실사 이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인수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않다. 길게는 반년도 넘게 걸리는 게 M&A 계약이긴 하다. 그런데 앞선 사례는 사겠다는 원매자가 많을 때 얘기다. 원매자별로 실사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최종 입찰가를 받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시간이 길어진다. 원매자들도 가격을 더 올려야 하나를 두고 고민도 해야 하고, 요즘처럼 주총 시즌이라도 겹치면 ‘사겠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주주들에게 소명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맥도날드는 동원산업 외에는 뚜렷한 인수 경쟁자가 없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이 필요한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인수금액이 한 두푼이냐’고 할 수 있다. 정말 맞는 얘기다. 인수전 초반 거론되는 가격만 5000억원 안팎이라고 하니 그럴만 하다. 동원산업 입장에서도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을 매물 인수다 보니 설렁설렁 넘어갈 수만은 없다.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인수(매각) 해봤거나 운영해봤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본사의 개입 여부라는 말이 나온다. 각국 지역 내 업체들의 전체 품질과 브랜드 등을 관리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조항 조율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관리(매니지먼트)’라는 명목으로 신규 매장 출점이나 메뉴 개발, 마케팅 등에 걸친 광역화된 통제를 진행한다. 본사가 가진 명제는 명확하다. 각국 매장에서 제공하는 제품의 퀄리티나 서비스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커다란 하나의 울타리를 쳐 놓고, 거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조정을 가하는 셈이다.
반면 원매자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인수했는데 본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일일히 본사에 보고해야 한다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어필을 할 때 본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어떤 전통을 가진 기업인데’ 라는 반응이라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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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개입은 로열티(사용료)와도 맞닿아있다. 한국 맥도날드는 순 매출의 약 5% 안팎을 본사에 로열티로 지출했다. 인수 이후 실적이 껑충 오르면 본사가 가져가는 금액이 그만큼 많아진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로열티 책정에 변화의 여지가 생길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본사의 권한이 곧 로열티라고 볼 수 있다 보니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로열티 증가냐, 유지냐, 감소냐’ 세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데 양측은 사실 답이 정해져 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인수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하네’ 손을 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앞선 2016년 한국 맥도날드 매각전 때도 이런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해 인수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한 번 일어날 일이 두 번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상황을 무조건 절망적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 협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생물과 같아서 협상의 문이 닫히기 직전, 돌파구가 생길 수 있어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어느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아웃백) 인수 당시 로열티 비율 인하를 제시하는 한편 해당 금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 안을 본사에 제안했다. 여기에 메뉴 변경과 딜리버리 서비스 도입을 아우르는 자율적인 경영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2016년 580억원에 아웃백을 인수한 뒤 5년 만인 2021년 BHC그룹에 2700억원에 매각하며 산술적으로 4배 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당시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다면 투자 대박은 없었을 일이다.
최근 KFC코리아를 인수한 오케스트라PE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케스트라PE는 KFC 본사인 미국 얌브랜즈를 핵심투자자로 영입해 KFC코리아를 인수했다. 얌브랜즈는 KFC코리아 인수 과정에서 프랜차이즈(가맹점) 체제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본사 직영 중심 운영 방식을 고수해온 것에서 변화를 기한 것이다. 경직됐던 운영방식에 탄력을 주면서 밸류업(가치상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결국 맥도날드 인수전은 미국 본사와 동원산업이 여러 조건의 수용과 변경을 얼마나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싸도 잠재력이 있다면 인수를 추진하는 게 시장 논리인데 원하는 조건 수용이 안 되면 딜이 체결되기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결국 물꼬를 터줄 협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