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기획사 마스트미디어에 따르면 마슬레예프는 다음 달 8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연주로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실력파 연주자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비롯해 라벨의 ‘보로딘 풍으로’, 스크랴빈의 에튀드 2곡을 연주하고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으로 무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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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는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동맹국이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한 데 이어 세계 곳곳에서 러시아를 겨냥한 보이콧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성역으로 여겨졌던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친푸틴’으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세계 정상급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무대에서 추방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슬레예프의 경우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냈던 예술가는 아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7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차세대 거장으로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고 있다. 마스트미디어 관계자는 “마슬레예프는 정치적인 색깔이 있는 연주자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도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공연은 정치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국제 예술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 공연을 지원하는 일은 지양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하는 공연 사업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무대는 일단 제외하고 있다”며 “다만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자체적인 보이콧이 있을 수 있어 공식적으로 제한을 두거나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러시아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전체 러시아 출신의 예술가들을 상대로 보이콧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러시아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전쟁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듯이 실력 있는 러시아의 공연자들까지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들이 전쟁으로 침범할 수 없는 예술의 보편적인 힘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응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친푸틴 노선과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간다는 건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번 공연도 무사히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