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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에서 26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선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대우 재건축)’ 아파트. 올 들어 분양시장 신 트랜드로 급부상한 ‘무순위 청약’을 포기했다. ‘분양가 9억원 상한선’에 걸려 중도금(통상 분양가의 60%) 집단대출도 불가능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2억원이나 싼 분양가를 등에 업고 강남권 ‘현금 부자’를 포섭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올해 2월 도입한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당첨자→예비당첨자’ 분양 계약 이후에도 팔리지 않는 미계약(미분양)에 대비해 사전에 청약을 받아두는 제도다.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주택 소유 여부와 관련 없이 만 20세가 넘으면 새 아파트 당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며, 건설사가 고객 편의를 위해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최근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들은 중도금 대출 불가 등으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은 앞다퉈 ‘무순위 청약’을 도입하는 추세다. 같은 날 분양에 나선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총 758가구 중 256가구 일반분양)도 ‘무순위 청약’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고개를 돌린 것이다.
현대건설 측은 무순위 청약을 꺼내 들지 않는 베팅은 분양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569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초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이른바 ‘로또 분양’으로 불렸던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8단지 재건축 )’의 분양가(3.3㎡당 4160만원)보다 400만원 정도 더 비싼 수준이다.
주택형별로 전용 59㎡(옛 24평)는 11억5330만원~13억2150만원이다. 전용 84㎡(옛 33평)는 최저 12억1100만원에서 최고 16억4450만원이다. 단 10가구만 공급하는 전용 121㎡는 16억3500만원에서 19억7470만원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1년전 분양가와 비교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재 주변 단지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2억 안팎으로 저렴하다”며 “중개사무소에 매물로 나온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 기준으로는 최대 4억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단지와 길 하나 사이로 맞닿아 있는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옛 일원현대 재건축)’은 전용면적 121㎡짜리가 올해 3월 22억400만원(3층)에 팔렸다. 전용 84㎡는 올 들어 1월 17억 3000만원(12층), 2월 16억원(4층)에 거래된 바 있다. 이와 단순 비교하면 디에이치 포레센트(전용 121㎡ 기준) 2억원 가량 싸다. 일원동 a공인 관계자는 “올 초까지 급매물이 속출하며 값이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급매물은 들어가면서 전용 121㎡은 24억원, 전용 84㎡는 19억원을 호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예비청약자들은 자력으로 수억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 계약금(분양가의 20%)과 중도금을 합쳐 전체 분양대금의 80%를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분양대행 관계자는 “최소 10억원 정도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며 “향후 잔금 20%는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을 통해 갈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일정은 오는 30일 1순위(서울 1년 이상 거주자), 5월 2일 1순위(서울 1년 미만 거주자, 수도권 거주자) 청약을 받는다. 2순위 청약일은 5월 3일이다. 당첨자는 5월10일이며, 5월21~23일 3일간 정당계약을 진행한다.
한편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이 단지는 지상 최고 22층에 4개동 총 184가구 규모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62가구에 그친다. 전용면적별로 △59㎡ 26가구 △84㎡ 26가구 △121㎡ 10가구 등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개포택지개발지구는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지금껏 8500여가구가 분양 및 입주를 했다. 작년 11월 래미안개포루체하임(850가구)과 올해 2월 래미안 블레스티지(1957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앞으로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올해 8월),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내년 9월),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2021년 7월)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개포주공 1, 4~7단지 등도 재건축사업을 활발하게 추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