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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中심] 텐센트·샤오미 쓸어담는 중국인들…홍콩 증시 흔드는 '강구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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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6.05.01 10:06:04

본토 투자자, 홍콩 주식시장에 41조원 순유입
텐센트·샤오미 등 A주보다 싼 H주 찾는 중국 투자자
강구퉁 확대에 홍콩 증시 수급 지형 변화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홍콩 증시에서는 오랫동안 월가를 비롯한 해외 자금이 중국 기업들의 주가를 움직여 왔다. 텐센트와 메이퇀, 샤오미처럼 중국에서 사업을 키운 기업도 홍콩에 상장하면 뉴욕과 런던 기관투자자 판단에 더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최근 이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 계좌를 가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을 사들이면서, 홍콩 시장의 매수세를 본토 자금이 떠받치는 추세다. 홍콩이 이전에는 해외 자금이 중국에 들어가는 관문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중국 투자자가 역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다시 평가하고 사들이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홍콩 거리의 칭다오맥주 광고판. 칭다오맥주는 상하이 A주와 홍콩 H주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대표적인 중국 소비재 기업 중 하나다. (사진=AFP)


홍콩거래소(HKEX)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본토 투자자는 강구퉁을 통해 홍콩 주식시장에서 2200억홍콩달러(약 41조5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홍콩 현물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767억홍콩달러(약 52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강구퉁은 중국 본토 투자자가 상하이·선전 증권계좌로 홍콩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한 본토·홍콩 증시 교차거래 제도다. 중국 안에 있는 투자자가 별도 해외계좌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홍콩에 상장된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중국모바일 같은 종목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은 지리적으로 남쪽에 있어, 본토에서 홍콩으로 내려오는 이 투자금을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남향자금’이라고 부른다.

최근 강구퉁은 더 이상 홍콩 증시의 보조 수급이 아닌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인 '스톡커넥트'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11억홍콩달러(약 22조8000억원)로, 지난 2024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ocGen) 조사에 따르면 스톡커넥트를 통한 본토 투자자의 홍콩 주식 거래 비중이 2024년 초 30% 수준에서 지난해 최대 50%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에게 홍콩은 두 가지 면에서 본토 시장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종목이다.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메이퇀처럼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플랫폼 기업이 홍콩에 상장돼 있지만, 상하이·선전 증시에서는 바로 사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A주와 H주에 함께 상장된 기업은 같은 회사라도 홍콩에서 더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칭다오맥주가 대표적이다. 칭다오맥주는 상하이 A주와 홍콩 H주에 모두 상장돼 있다. 지난 30일 기준 칭다오맥주 A주는 상하이에서 63.20위안(약 1만3700원)에 거래됐지만, 홍콩 H주는 54.05홍콩달러(약 1만200원) 수준이었다. 같은 회사 주식인데도 본토 A주가 홍콩 H주보다 약 34%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이런 가격 차이는 두 시장의 투자자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A주는 본토 투자자가 주로 사고파는 시장인 반면, H주는 외국인과 홍콩 투자자의 비중이 큰 역외시장이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달러 금리와 환율 같은 변수는 홍콩 시장에서 더 빠르게 할인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반대로 본토 A주는 중국 내 유동성과 정책 기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최근에는 본토 증시조차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 차이까지 이어지면서 강구퉁을 통한 본토 자금이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 추세도 남향자금이 홍콩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주요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1.5% 안팎까지 낮아졌다. 지난 2023년만 해도 3% 안팎이던 금리가 절반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도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예금에 넣어도, 채권을 사도 기대 수익이 예전만 못해진 만큼 본토 투자자들은 배당을 주는 홍콩 상장 중국 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례로 중국모바일, 중국건설은행, 중국해양석유(CNOOC)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최근 남향자금의 순매수 상위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종목은 통신·은행·에너지 업종의 대형 국유기업인 만큼 성장주처럼 주가가 크게 뛰지는 않지만 꾸준한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강구퉁을 통한 본토 자금 유입은 홍콩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그 자체가 시장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본토 투자자 비중이 커질수록 홍콩 시장은 중국 투자자의 위험 선호와 업종 선택에 더 민감해진다. 월가의 판단만큼이나 중국 내부의 금리, 본토 증시 흐름, 정책 기대가 홍콩 주가를 흔드는 변수가 된 것이다.

홍콩은 여전히 중국 기업이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지만, 동시에 중국 내부 자금이 역외 중국 자산을 다시 사들이는 시장으로도 커지고 있다. 홍콩 주식의 가격을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해외 기관만 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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