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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판결은 편의점 등 공중이용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문제를 두고, 원고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모두의 1층’ 소송에서 비롯됐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접근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시행령은 설치 대상시설을 지나치게 좁게 규정해 사실상 권리를 무력화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행령은 24년간 개정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행정입법부작위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행정청이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전혀 입법하지 않은 경우를,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불충분하게 규정함으로써 법률이 위임한 행정입법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모두의 1층 소송 사례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행정청이 위임입법을 장기간 방치해온 점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외면한 위법행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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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판결의 별개의견은 국가자기책임설에 입각해 △공무원의 고의·중과실로 인한 행위도 국가에 책임을 귀속시켜야 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을 주관적 과실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 △행정행위의 ‘객관적 정당성’ 상실 여부를 국가배상책임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3가지 명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 별개의견이 미래 국가배상법 개혁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장애인 원고들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김 교수는 “소송 자체가 제도개혁소송의 성격이기에 위자료 배상 금액의 액수는 문제가 아니며 그것의 의의를 진작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이면 족하다”면서 “대법원이 국가자기책임 원칙에 입각해 위자료를 인정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이 ‘의심스러우면 피해자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victima)’라는 원칙에 입각해 책임을 인정한 것은 국민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적 전향”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책임법제의 구조 전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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