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제약, 펩트론 대항마?...특허 낸 장기지속형 기술 뜯어보니

송영두 기자I 2024.12.17 16:03:37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HLB제약(047920)이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주사제 플랫폼 기술(SMEB)로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 경쟁에 합류했다. 회사는 최근 이 기술을 특허등록했고 후발 주자이지만 부작용과 품질 변화가 가장 적어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HLB제약은 최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당뇨 치료용 장기지속형주사제 특허가 등록됐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장기지속형주사제 플랫폼(SMEB)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혈전증 치료제에 이어 GLP-1 기반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SMEB 플랫폼은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기반 기술로 현재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펩트론(087010)을 비롯해 인벤티지랩(389470), 지투지바이오 등 글로벌 제약사와 장기지속형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인 기업 모두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플랫폼을 갖고 있다.

HLB제약 관계자는 “이번에 등록된 특허는 비만·당뇨 치료용 펩타이드 의약품의 투여 편의성과 투약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한 서방출형 미립구, 이의 조성물 및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라며 “SMEB 기술은 매우 균일한 미립자를 제조할 수 있는 HLB제약의 고유한 미세유체법 기반 제조기술”이라고 설명했다

HLB제약 장기지속형 기술(SMEB) 개요.(자료=HLB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크로플루이딕 기술...기존 경쟁기술 문제점 개선

HLB제약은 SMEB 기술로 저분자 의약품 장기지속형주사제를 개발해 왔다. 혈전증 치료제로 글로벌 매출 약 23조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 BMS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장기지속형치료제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태다. 이번 특허 등록에 따라 장기지속형주사제 개발을 비만·당뇨 치료제로 확대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HLB제약 SMEB 플랫폼 기술은 인벤티지랩이 채택한 마이크로플루이딕 기술 기반으로, 기존 마이크로스피어 기술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특허 기술은 1일 1회 비만 치료제를 1달 1회 제형으로 늘리는 기술이다. 기존 경쟁기술과 비교해, 고함량 비만·당뇨 치료 장기지속형주사제를 제조 시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했다”며 “최대 기술적 문제점이었던 높은 약물 함량에 의한 급격한 초기 방출률 문제를 해결하고자, 펩타이드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 내부에 고르게 분포시키는 방법을 도입했다. 앞으로 투약 안전성이 현저히 개설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마이크로스피어 플랫폼 기술 기업과 다른 부분은 제조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며 “HLB제약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에 맞춘 연속 생산이 가능한 마이크로스피어 제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공정변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 균일한 입자, 마이크로스피어 품질 변화가 가장 적은 생산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피하주사(자가주사)가 가능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스피어에 약물을 안정적으로 최대한 많이 봉입하는 약물 함량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이크로스피어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바이오텍 대표는 “장기지속형 기술의 핵심은 마이크로스피어에 얼마나 많은 약물을 안정적으로 넣을 수 있느냐다. 동그란 모양의 마이크로스피어 안을 100으로 봤을 때 약물만 100% 들어갈 수 없다. 약물을 잡아서 천천히 방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분자도 같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약물이 90%, 고분자가 10% 들어갔다면 약물이 다 밖으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약물을 최대한 많이 주입해 오랫동안 천천히 방출시키는 것이 기술력의 차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이크로스피어를 균일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HLB제약은 2026년 말까지 상업용 생산 준비를 완료해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지속형주사제 제형연구와 생산공정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임상용 GNP 생산시설은 구축을 완료했고, 2026년말까지 스케일업 작업을 통해 양산형 테스트베드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수익 사업화 첫 단계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공동연구 개시 및 자체 파이프라인 라이센싱 아웃에 의한 기술 사업화는 그전에도 충분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LB제약 GLP-1 장기지속형 특허 개요.(자료=키프리스)


◇특허 뜯어보니 구버전 치료제 개발?...“추가 특허 출원 중”

HLB제약 측은 글로벌 사업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 중 여러 다국적 제약사와 논의 끝에 미래 시장 성장성을 보고, GLP-1 장기지속형주사제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제형개발을 시작했는데,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1세대 GLP-1 비만치료제 삭센다 성분 치료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HLB제약이 등록한 특허는 ‘리라글루타이드 함유 PLGA 미립구의 제조방법, 이에 따라 제조된 서방출성 미립구, 및 이를 포함하는 주사제용 조성물’이다. 올해 4월 18일 특허출원서를 접수했고, 이후 우선심사신청, 선행기술조사 의뢰 및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11월 28일 등록결정서를 받았다. 다만 리라글루타이드는 삭센다 성분명으로 최근 장기지속형 개발 기업 중 중 삭센다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없다는 점에서 공동연구개발이나 기술이전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오텍 대표는 “HLB제약은 리라글루타이드로 GLP-1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요즘에는 리라글루타이드나 엑세나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비만 장기지속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거의 없다. 하던 회사들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찾지 않는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 등 최신 비만 치료제 성분 기반 장기지속형 기술 개발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LB제약 관계자는 “현재 리라글루티드 뿐만 아니라 세마글루티드 기반 장기지속형주사제에 대한 조성물 및 제조방법 특허가 추가로 출원됐다”며 “HLB제약의 사업모델은 공동연구에 의한 기술수출이 1순위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비만·당뇨 치료용 펩타이드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 따라서 펩타이드를 특정해 한정한 제형을 개발하는 것보다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를 포함한 다양한 펩타이드 의약품을 모두 우리 기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더 빠르게 기술사업화에 다가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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