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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몰래 암호화폐 서버 꾸리고 채굴…식품연 실장 입건

이재은 기자I 2024.09.02 21:52:08

외부서 서버 접속 위해 우회 프로그램 설치한
前 식품연 직원, 현 대학교수는 연구자료 유출
식품연, 비위 당사자 고발 조치…불구속 입건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회사 예산으로 마련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한 한국식품연구원 직원이 감사 과정에서 적발돼 해임 처분됐다. 이 직원은 회사로부터 업무상 배임, 절도 등 혐의로도 고발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실장이 코인 채굴을 위해 사용한 GPU 내장 서버 2대. 사진과 관련된 내용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보고서 11쪽에 언급돼 있다.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감사위원회 ‘2024년 한국식품연구원 특정감사 보고서’ 갈무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누리집에 공개한 ‘2024년 한국식품연구원 특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연 A 실장은 GPU 12개를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용 서버를 만들고 직원들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창고에 둔 뒤 화폐를 채굴했다.

그는 연구원 예산으로 에어컨, 전기공사, 출입 감지 센서를 설치하는 등 홍보관 내 VR실 창고를 사적 용도로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는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되지 않도록 VR실에서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도어락 비밀번호를 본인이 관리하기도 했다.

감사위원회는 A씨가 홍보관 내 VR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을 두고는 “암호화폐 채굴용 GPU 서버의 경우 상당한 양의 전력을 소모함과 동시에 열을 발산한다”며 “항온항습 유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그는 암호화폐 채굴과 전자지갑 관리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 연구원 외부에서 쓸 목적으로 구매한 LTE 라우터로 무단 인터넷을 연결해 식품연 정보 보호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했다.

또 그는 외부에서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당시 식품연 직원이자 현재는 대학교수로 이직한 B씨를 통해 우회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출퇴근 등록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해 퇴사 이후 식품연의 중요 연구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소속 직원 그룹웨어 ID로 접속해 GPU를 구매했으며 정보자산 실사 중에 채굴용 서버 2대가 발견돼 압류되자 이전에 신청한 GPU 구매신청서를 위변조해 압류된 암호화폐 채굴용 GPU 서버 회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예비감사, 6월 4일부터 28일까지 실지감사를 진행한 NST 감사위원회는 A 실장이 연구원에 786만 2990원 상당의 손해를 유발했다며 이를 회수하고 그를 해임 처분할 것을 징계·시정 사항으로 명시했다.

감사위원회는 B씨가 유출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14일 그를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했다. 또 A 실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정보시스템 관리책임자와 관리자 등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했으며 식품연에는 망 분리 운영 실태 등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A 실장은 업무상 배임, 절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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