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연차 쓸 때 안마시키는 게 현실"..주69시간제 장기휴가 가능할까?

김화빈 기자I 2023.03.13 19:42:45

연차휴가 제한 및 수당 미지급 갑질 다수 제보돼
2021년 韓 연차 소진율 58.7%..17% 줄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연차 미소진 이유 달랐다
정부 "연장근로, 휴가로 저축해 활용하도록 하겠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소기업 등 일선 현장에선 지금도 ‘연차갑질’을 당하는 판에 노동시간만 길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을 휴가로도 저축해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근로시간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2일 지난해 휴가 관련 갑질 제보 229건 가운데 96건(41.9%)이 ‘연차휴가 제한’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법에 보장된 연차휴가를 전부 주지 않는 식의 ‘위법한 연차휴가 부여’(43건·18.8%)와 ‘연차수당 미지급’(30건·13.1%)도 뒤를 이었다.

제보자 A씨는 직장갑질119에 “연차를 쓰는 데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한다”며 “연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니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상사가 연차를 승인했다가 ‘내일 내 기분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번복하더니 결국 반려했다”며 “왜 연차를 쓸 수 없느냐고 묻자 ‘안마를 해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B씨는 상사와 다투고 싶지 않아 안마를 해줬는데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짜증을 냈다고 덧붙였다.

◇“휴가 적립해 장기휴가?”…현실은 연차도 못 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1년 일가족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의 연차유급휴가 소진율은 평균 58.7%로 드러났다. 이는 75.3%였던 2019년에 비해 17%가량 줄어든 수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로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이 39.9%로 가장 많았다.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23.2%, ‘연차 부여 일수가 많아서(근로자가 쓰지 않아서)’ 20.5%, ‘상급자 및 동료의 눈치’ 15.2%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별로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도 달랐다. 5인~9인 소규모 사업체는 업무량 과다와 대체인력 부족이 45.8%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가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는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30.8%) 때문이었다. 즉 연차를 소진하지 않은 대기업 근로자 3명 중 1명은 연차휴가를 돈으로 보상받기 위해 쓰지 않은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주 52시간 상한제마저 제대로 안 지켜지고 법정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과로사 조장법’”이라며 “정부는 휴가를 모아 ‘한 달살이’를 가라고 하지만, 한 달짜리 휴가가 발생하려면 최소 117시간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0.1%가 ‘법정 유급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필요할 때 일하고 일한 만큼 충분히 자유롭게 쉰다’는 문화 형성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현금뿐만 아니라 미래의 휴가(저축휴가)로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유연화

- 주 최대 69시간제 추진 속도 늦춘다…“국민 불안과 우려 없앨 것” - 중기 10곳 중 3곳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 필요한 적 있다" - 당정 "근로자 뜻대로"…근로시간제 개편 방향 재확인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