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물류센터 안전에 관한 규정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작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많은 사망자가 나와 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 외에는 사실상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샌드위치패널에 들어가는 소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건축은 물론 물류센터 맞춤형 화재 관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엽 합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물류센터를 정밀 분석해 각 물류센터 용도에 맞는 피난 대책을 마련하고 위험성 평가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초고층건물이 대피방법이 다르듯 물류센터에 특화된 건축은 물론 사고관리 방법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류창고는 그동안 창고시설로 사람이 없이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였지만, 최근 풀필먼트 센터는 가공·포장·배송 등 기능이 포함되면서 많은 사람이 일하는 곳으로 바뀜에 따라 안전 관리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물류센터는 가연성 소재가 많아서 작은 불도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에서도 잇따른 화재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류센터에 대해 분석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며 “업체들도 법 기준을 지키는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안전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물류센터 건축은 과거나 지금이나 구조나 소재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쿠팡 화재도 지하에서 시작해 지상층으로 번진 것처럼 가격이 비싸더라도 불연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의 불명확한 책임주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화재 사고 등이 발생하더라도 물류센터를 시행한 주체와 시공한 주체가 다르고, 건물의 소유주와 실사용자도 다르기 때문에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 실제 쿠팡과 컬리 등 플랫폼 업체의 다수 물류센터는 ESG켄달스퀘어와 같은 전문투자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구 교수는 “물류센터 화재 사고가 나면 실소유자와 사용자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나올 수 있다”며 “과거 대형 화재의 처벌을 보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체도 물류센터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과거보다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SSG닷컴은 물류센터에 층별로 지정된 방화구역에 설치된 방화셔터, 스프링쿨러의 불량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또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화재 시 자동으로 소화물질이 분사되는 확산형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다. 컬리도 물류센터 센터장이 안전총괄관리자 역할을 맡으며 안전관리자, 관리감독자 등으로 구성된 안전관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방기본법에 따른 의무 소방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안전관리 자체리스트를 통해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같은 대기업보다 영세 물류업체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물류창고는 안전관리자나 소방시스템 구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물류센터 7000곳 중에서 36%가 2000년 이전에 준공됐을 정도로 노후화됐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스마트화라고 해봐야 자동화설비 들여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부가 물류 효율화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안전기술 보급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