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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특허청과 발명진흥회에서 단 한 명의 발명가를 선정하는 ‘올해의 발명왕’. 55번째 주인공인 김인주(46) LG디스플레이(034220) OLED TV 기구설계 2팀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인주 팀장은 LG전자가 2019년 내놓은 롤러블 OLED TV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세계 최초로 화면이 돌돌 말리는 TV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4일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했다.
김 팀장은 25살에 LG전자에 입사해 일명 ‘배불뚝이’ 브라운관인 CRT 모니터를 개발했다. 이후 2003년부터 약 9년간 LCD를 연구했다. 그후 자체 발광하는 OLED를 넘어 세계 최초로 돌돌 말리는 OLED TV를 만들었다. 그는 “이렇게 보니 TV의 역사를 다 본 것 같다”며 “운 좋게 이동할 때마다 좋은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처음 입사할 때와 지금은 디스플레이 규모가 어머어마하게 다르다”며 “지금은 모바일과 옥외광고판, 커머셜까지 디스플레이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롤러블 OLED TV 개발에 착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롤러블을 한다면 궁극적으로 OLED가 나타낼 수 있는 특징의 ‘끝판왕’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하나하나 모여서 만들게 됐다”며 “극한의 플렉서블이 결국 롤러블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나왔지만 시행착오가 따랐다. 김 팀장은 “초박형 글라스 기술부터 패널을 롤업시킬 때 평평하게 펴고 롤 다운 시킬 땐 단단하게 감아주는 구조적 기술과 연결된 회로들을 연결해 화면을 구동시키는 기술 등이 핵심기술이엇는데, 이 기술을 개발하는 자체도 어려웠지만, 개발 후 최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잡아내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초박형 글라스를 둥글게 말 때 특정 지름 이상 작아지면 패널이 깨진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아마도 셀 수 없이 많은 패널을 깼을 것”이라며 “완성품 한대를 가지고도 수만 번 테스트하고, 조금만 안 맞아도 패널이 깨져버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롤러블 OLED TV는 초박형 글라스 기술에 OLED 기판을 올리고 롤러블 구현이 용이하도록 다양한 회로부품을 통합·소형화했다. TV를 둥글게 말기 위한 재료와 부품 등으로 총 54건의 특허권을 확보해 33건의 해외 출원을 냈을 정도다.
이런 끊임없는 실험 끝에 만들어져서인지 롤러블 OLED TV에 대한 김 팀장의 자부심과 애정은 컸다. 김 팀장은 “TV를 보지 않을 때는 ‘블랙 몬스터’ 같던 기존 TV에서 이제는 인테리어 관점으로 TV를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같다”며 “앞으로 TV뿐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간단한 상업적 용도로도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모든 곳에 무궁무진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벽지가 TV가 될 수 있고, 디스플레이를 기둥에 바를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TV 개념이라기보다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어디라도 화면을 띄울 수 있는 생활 속의 디스플레이로 발전할 것이다”고 확신했다. 김 팀장은 올해 받은 올해의 발명왕 외에도 ‘테두리 없는 TV’ 시대를 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LG 연구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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