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50년 넘게 유명무실했던 치과전문의 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이번 전문의 규정 개정이 완료되면 전문의 자격시험이 주어지지 않았던 비전문의 치과의사 4900여명이 일제히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과전문의 자격시험이 도입된 2008년 이후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친 자에게만 자격시험 기회를 주던 제도가 개정될 전망이다. 관련 세부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복지부는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비공개 공청회 공문을 전달했다.
치과전문의제도는 치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증상에 따라 전문과목의 치과의사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도록 한 제도다. 치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이미 지난 1962년 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이후 46년이 지난 2008년에서야 전문의 시험이 시행됐다.
전문의 시험이 뒤늦게 만들어진 이유는 전문의 수련과정을 겪지 않은 치과의사가 다수인 치과협회가 관련 제도를 주관해 자격시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자격시험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2008년 이전 전문의 수련과정을 마친 치과의사에게는 시험을 볼 수 없도록 규정해 ‘반쪽자리’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전체 치과의사 면허소지자 2만 9610명 중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2127명으로 7.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치아교정, 보철 등 전문적인 진료를 요하는 치료를 받을 때 관련 전문의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전체의 0.2%정도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 A치과 원장은 “치과협회 내부에 전문의 수련과정을 밟지 않은 치과의사가 70%로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전문치과병원 쏠림 등을 이유로 전문의 자격시험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협회 내부에서 서로간 부끄러운 ‘밥그릇싸움’으로 일반 국민들이 적절한 전문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과 전문의는 6년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부전공 과목을 연마하기 위해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 등 복지부가 지정한 전문의 수련기관에서 1년의 인턴과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일반의에 비해 최소 4년의 시간을 투자해 전문과목을 공부하지만 2008년 이전 수련과정을 마친 의사들에게는 전문의 시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최근 “해외에서 치과전문의를 취득한 의사에게도 국내 전문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리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번 헌재 판결로 관련 규정은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 전문의 수련과정을 받은 치과의사들도 시험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외국 전문의 수련자에게 국내전문의 자격시험 기회를 주고, 국내 수련자를 외면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헌재 의견을 존중해 국내 전문의 시험규정을 시행령으로 개정, 내년 말까지 관련 규정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과협회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로부터 치과전문의 제도 개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 다만 보다 전문적인 치과치료를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