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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톤이 문제 삼은 건 경영협의회의 법적 실체와 의사결정 구조다. 트러스톤에 따르면 경영협의회는 12년째 그룹 경영을 좌우해온 조직이지만 태광산업의 정관이나 사업보고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 등장하지 않는다. 법적·공시 체계 밖에서 태광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영협의회를 ‘유령과도 같은 기구’라고 규정했다.
특히 트러스톤은 지난해 태광산업의 대규모 신사업과 교환사채(EB) 관련 논란 등을 경영협의회 개입 의혹의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7월 태광산업의 1조5000억원 규모 신사업 계획과 EB 발행 방침이 이사회 승인이나 공시에 앞서 ‘태광그룹 홍보실’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되고 이사회에는 사후 통보됐다는 점에서다.
최근 태광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답변 역시 경영협의회의 개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7월 태광산업의 최근 20년 평균 배당성향이 1%에 불과하다며 상장사 평균 수준으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달 13일 회신을 통해 2027년 지급되는 2026년 결산배당의 주당배당금을 전년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목표 수치나 상향 폭, 도달 시점 등은 기재하지 않았다.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해 202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20년간 평균 배당성향 1%였던 회사가 내놓은 답이 목표 수치 없는 ‘상향 방향 추진’이라면 사실상 무의미한 답변”이라며 “세 가지 요구 모두 수치·기한 없이 확정을 회피하고 결정을 이사회·주총 뒤로 미루는 동일한 화법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경영협의회를 둘러싼 계열사의 제재 사례도 거론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흥국생명이 충분한 검토 없이 그룹 요청에 따라 경영협의회에 인력과 비용을 지원한 점을 지적했다. 계열 저축은행 두 곳은 고객 동의 없이 경영협의회에 고객 신용정보 148건을 제공했다가 약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당국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트러스톤은 이 같은 구조가 개별 계열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경영협의회의 정확한 명칭과 설치 근거, 구성 및 비용 부담 주체, 이호진 고문의 협의회 관여 여부, 최근 3년간 이사회 안건 가운데 협의회가 사전 검토한 안건 등을 포함한 10개 항목을 공개 질의했다. 미공개 중요정보가 협의회에 제공되는지와 대표이사·임원 인선에 협의회가 관여하는지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영협의회의 설치 근거와 구성 등을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고, 이호진 고문이 경영에 관여하려면 등기이사로 취임해 책임을 부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경영 관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위원회가 협의회를 통한 의사결정 여부를 독립적으로 조사해 주주에게 보고하고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역시 경영협의회가 아닌 이사회가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 등 5개 조치도 제시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회신을 거부하거나 형식적인 답변에 그칠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와 감사위원회에 대한 감사 청구, 책임 있는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영협의회의 개입이 계속될 경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결정을 내렸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손을 떼야 한다”며 “태광산업 이사회는 유령 기구가 짜 놓은 결정에 도장만 찍는 자리가 아님을 직접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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