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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 수준으로 조정하자는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2024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3058명으로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올해(1509명)와 내년(0명), 2년 연속 증원 규모(2000명)만큼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하게 됐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7일 의대생 복귀를 조건으로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후 ‘의대생 복귀’는 의대 수업 정상화 여부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의대 수업 참여율은 예과 22.2%, 본과 29.0%로 평균 25.9%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가 ‘의대 모집 3058명’을 선제적으로 결정한 배경에는 의대 학장들과 대학 총장들의 건의가 영향을 줬다. 의대 운영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전날 교육부에 “정부가 모집인원을 조속히 확정해야 의대생 수업 복귀도 늘어날 수 있다”고 건의, 이를 교육부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모집인원 변경계획을 제출해야 해서다. 정부가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해야 각 대학은 이를 반영해 변경계획을 낼 수 있다. 고등교육법상 다음 달에는 의대 모집인원이 담긴 2026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과 모집요강을 확정해야 입시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의대생·학부모 반응은 여전히 냉담
정부로서는 ‘3058명 동결’이란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의대 본과 1학년 김모씨는 “정부가 3058명 원점 복귀를 유인책으로 수업에 참여하라고 하는데 이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이전처럼 듣지 않겠다고 하는 것”며 “조속히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의대 정원을 조정하거나 필수의료패키지 철회 논의를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신입생을 둔 학부모 이모씨 역시 “정부가 내년도 모집인원을 동결함으로써 그간 추진한 의료개혁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인데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사직 전공의 역시 수련병원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한 의대 교수는 “학생들도 복귀가 애매한데 전공의는 전혀 영향이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 “별다른 움직임도, 소식도 들려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반기별 수련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가 중간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사직 전공의는 제도적으로 9월에 지원 가능하다”면서 복귀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2년 연속 증원 규모(2000명)만큼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2027학년도 의대 증원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작년에 결정한 의대 총정원 ‘5058명’은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라 언제든 의정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의대는 여전히 2000명이 증원된 상태”라며 “지금 학사 운영이 어렵기에 그 해법으로 2026학년도에 한해서 모집인원을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진전 여부도 관건으로 꼽힌다. 2027학년도 이후의 의대 정원은 추계위에서 심의토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추계위에서 1000명만 증원하기로 하면 의대 총정원은 4058명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추계위가 파행되면 5058명이 여전히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총정원은 복지부가 정하는데 추계위 논의에 따라서 정원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