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규모의 연금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가 최근 설정한 투자 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캘퍼스는 경기 하락에 기민하게 대응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연기금으로, 운용자산(AUM)은 4910억달러(약 651조원)에 달한다. 실적도 주요 연기금과 견줬을 때 출중하다. 캘퍼스는 지난 2021년 21.3%의 수익률로 주요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 캘퍼스가 최근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사모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통해 단기 수익을 바라보기보다 사모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오래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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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퍼스는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를 확대해 리스크를 헷징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대적으로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과 채권을 뒤로 하고 사모펀드와 사모대출을 확대해 장기 수익률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취지도 돋보인다. 캘퍼스 측은 “투자 비중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일 때마다 연기금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수익률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단시간 내에 급작스럽게 변화를 준 건 아니다. 캘퍼스는 최근 몇 년에 걸쳐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에 편중돼 있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사모 영역으로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경기 침체로 미국 증시가 과격하게 조정받으면서 투자 손실률이 두드러진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캘퍼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냈다. 실제 미국 투자 전문매체 베런스는 캘퍼스를 비롯한 미국 대형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주식·채권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캘퍼스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수익률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에 캘퍼스가 사모 투자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운용사들도 출자 기회를 보다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대출이 활성화된 북미와 유럽에선 관련 출자를 받기 위한 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보수적인 출자 기조에 소규모 딜로 눈을 돌렸던 글로벌 운용사들은 사모펀드 전략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 만큼 사모대출이 활성화된 국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얼마나 큰 기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사모펀드 비중이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소규모 딜뿐 아니라 메가 딜을 케어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