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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작물직불제는 정부가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쌀 재배 농가에서 쌀 대신 가루쌀, 밀, 콩 등 전략작물을 재배할 경우 1ha 당 50만원~4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 개입을 하지 않고도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있고, 주요 작물들의 자급률도 높일 수 있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강행하면서 신청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된 쌀을 전부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쌀이 콩·밀·가루쌀보다 기계화율이 높아 재배하기 수월한 데다, 수익성도 높은데 정부가 쌀을 안정적으로 매입까지 해준다고 하니 굳이 타작물로 전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저조한 신청으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들지 않으면 지난해 정부가 혈세 1조원을 쏟아부어 겨우 끌어올린 쌀값이 또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산지 쌀값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7만5000톤(10.7%) 늘어나면서 연초 4만9517원(20kg 기준)에서 9월 3만9028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10월 역대 최대 물량인 45만톤을 시장격리해 쌀 가격을 다시 4만5328원으로 회복시켰다. 쌀 가격은 현재까지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는 쌀 재고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줄어 들었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급 과잉이 커져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 맞춰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농민들을 위하는 것”이라며 “의무 매입보단 직불제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쌀 소비 확대를 위한 해외시장 개척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한국농촌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격리가 쌀값을 일정부분 줄여줄 수 있긴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수매를 하는 것은 오히려 쌀값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