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조선용 후판가’ 놓고 협상 ‘팽팽’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급등이 중요 변수
철광석 t당 146.78달러…올해만 21% 급등
조선사 “가격 인하” vs 철강사 “현 수준 유지”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조선·철강업계가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대대적인 후판 가격 인상이 있었던 만큼 가격 안정화를 위한 ‘가격 인하’를,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지난해 말 가격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철강업계의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진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반기 협상은 연말 조직개편과 연초 설 연휴 등을 감안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작년의 경우 3월 초에 협상이 마무리됐던 것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협상도 2월 말이나 3월 초쯤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용 후판은 선박의 갑판과 외벽에 주로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차지해 조선사들의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실제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지난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 등에 따른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先)반영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봐야 했다.
앞서 조선·철강업계는 지난해 조선업 업황 개선과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급등에 따라 후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2016년 이후 4년 만의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t당 10만원, 하반기에 t당 40만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t당 60만원 선이었던 후판 가격은 현재 t당 105~115만원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 국제 철광석 가격 추이, 단위는 톤당 달러.(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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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해 상반기 협상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국제 철광석 가격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t당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국제 철광석 가격이 꾸준히 올라 2월 4일 기준 t당 146.78달러까지 기록했다. 올해만 놓고 봐도 연말(t당 120.19달러) 대비 22.1%나 치솟았다. 자동차, 건설, 조선업 등 전방 산업 수요 증가에 중국·호주 외교 갈등 등으로 철광석 가격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철강업계는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올 상반기 후판 공급 가격을 무작정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후판 가격 인상도 수년간 조선업 불황에 따라 (가격 인상이) 정체돼왔던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최근 철광석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올 들어 철광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향 안정세라며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t당 200달러 이상까지 올랐던 지난해 5월~7월과 비교하면 이후 철광석 가격은 하향 안정세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특히 후판 가격을 무조건 원자재 가격과 비례해 연동하는 게 아닌 만큼 철강과 조선산업 공생을 위해서라도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