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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위원장 “수능·내신 반영 지양”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전공대 초대 총장으로 거론되는 윤의준 한전공대설립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관행을 깨는 입시 방안을 도입하겠다”며 “수능·내신 성적을 지양하고 2박3일 합숙캠프를 통한 심층 면접, 연구 경험·계획을 바탕으로 한 비계량 평가 등을 통해 잠재력을 갖춘 인재 선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는 수능과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비계량적 평가를 통해 신입생을 뽑겠다는 의미다. 비계량적 평가란 정성평가를 뜻하며 계량화된 수치를 반영하지 않기에 평가자 주관이 반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교육위 국감에서 “한전공대가 수능·내신 없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결국 입시전형이 부모찬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4월 대학설립심사위원회를 열어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2년 3월 개교하는 한전공대는 한국전력이 출자한 사립대학 형태로 문을 열게 된다. 이 경우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기에 한전공대가 구상하는 파격적 입학전형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2018년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을 통해 정시 수능전형 선발비중을 30%까지 높이도록 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큰 주요 16개 대학은 40%까지 높여야 한다.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될 한전공대도 이를 벗어난 입학전형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특별법 통과되면 감독권 산업부에
다만 특별법에 근거에 설립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51명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학 설립·운영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끌어다 쓸 수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전공대를 지원·육성·감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특별법이 국회에서 의결, 한전공대가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될 경우 소관부처는 교육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된다. 교육부가 직접 관리·감독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워지는 것. 역시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한전공대가 파격적 입학전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전공대처럼 정부·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는 대학이 국민정서를 거슬러 대입제도를 운영하기 힘든 탓이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공정한 입학전형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KAIST나 GIST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한 과학기술특성화대도 국민정서와 상반된 입학전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교육이나 입학관련 사항은 교육부와 협의해 정한다 등이 그것”이라고 했다.
◇“공정성 우선” 진화 나선 한전공대
한전공대도 윤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자 27일 해명자료를 내고 “수능이나 내신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며 “현재 한전공대는 학생 선발방안을 모색 중이며 학생 선발과정에서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전공대는 구체적 입학전형 계획을 내년 5월쯤 내놓을 예정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별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시행 1년 10개월 전에 확정해야 한다. 신설 대학의 경우 개교 8개월 전까지만 발표하면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한전공대의 경우 내년 7월까지는 입학전형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앞서 한전공대는 전남에 세계적 에너지 특화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개교가 추진됐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40만㎡ 부지에 학생 1000명(대학원 600명·학부 400명)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에너지 특화 인재 양성을 내걸고 단일 학부(에너지공학부)를 개설하기로 했다. 정부용역 연구결과 한전공대는 개교 이후 2025년까지 총 8300억원의 설립·운영비가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