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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압케이블 '국가핵심기술'로…LS-대한전선 '희비교차'(종합)

남궁민관 기자I 2019.06.20 18:24:21
대한전선 500㎸급 초고압 전력케이블 제품.대한전선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초고압 전력케이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하면서 국내 전선업계 간 희비가 엇갈렸다.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며 지정을 강하게 요청해 온 LS(006260)전선 등 다수 전선업체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반색을 표했지만, 최근 매각은 물론 향후 합작법인 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염두해왔던 대한전선(001440)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기술을 포함한 7개 중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500㎸급 초고압 전력케이블 기술을 비롯 △반도체 대구경 웨이퍼 제조기술 △이차전지 양극소재 기술 △LPG차 직접분사 기술 △인공지능 고로조업 기술 △철강 스마트 수냉각 기술 △저진동·저소음 승강기 기술 등이다.

LS전선을 비롯 전선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전선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의 이번 지정과 관련 “초고압 전력케이블 관련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중국에 관련 기술이 유출될 경우 국내 전선업계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중국을 비롯 후발국가들이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지정은 충분히 환영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전선은 이번 지정과 관련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고업교류송전(HVAC)의 경우 당사가 개발한지 이미 9년이 지난 기술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또 초고압직류송전(HVDC) 관련 최고 난이도의 고급형 제품인 XLPE는 국내 어떤 기업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을 정부에 꾸준히 설명하며 국가핵심기술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피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대한전선은 향후 매각 작업은 물론 글로벌 진출에도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적정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며,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국가 R&D 지원을 받아 개발한 경우에 한함)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에는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현재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IMM PE로, 최근 매각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설이 무성했던 터. 국내 전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만큼 해외로의 매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매각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각과 별개로 글로벌 진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 전세계 주요 전선 수요업체들은 전선의 운송비용 및 신뢰성 등을 이유로 현지 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주요 수요업체들이 위치한 북미와 유럽, 중동 등에 생산법인을 직접 세우는 전략이 주효하다는 평가다.

대한전선 역시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만큼 다각도로 해외 생산법인 설립을 시도 중으로, 아직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독법인이 아닌 현지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주요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즉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라 이같은 글로벌 진출 전략에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실제로 2017년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에 국가핵심기술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할 당시에도 정부로부터 5개월여의 심사를 받으며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초고압 전력케이블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라 매각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영향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최근 일각에서 불거진 중국으로의 매각과 관련 ”현재까지 IMM PE는 대한전선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중국 업체와 어떠한 접촉이나 협의도 추진하지 않은 바 일부에서 거론되는 중국 업체 매각 및 자금 유입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을 인지한 듯 박건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미·중간 무역분쟁에서 보듯이 기술보호는 국가의 핵심이익이 됐다”며 “국가핵심기술 제도는 기업의 해외매각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막는 소중한 기술보호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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