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지난 1일 오전 육성으로 낭독한 신년사에서 2017년 최대성과로 ‘국가핵무력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했다.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고 핵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했지만, ‘핵무력’과 관련한 언급은 전체적으로 공격이 아닌 방어적 성격에 중점을 뒀다. 핵무력을 전쟁억제력과 평화수호의 보검으로 비유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관계를 활용한 국면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김정은은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보다는 핵·미사일의 실전화를 위한 활동에 전력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김정은은 “핵 전쟁 책동에 대처한 즉시적인 핵 반격 작전태세”를 강조했다. 핵무기 공격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한 보복 능력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2차 핵공격 능력에 해당하는 기동성과 은밀성을 갖춘 전략무기의 공개가 예상된다는게 통일연구원 분석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2차 핵공격 무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SLBM은 말 그대로 수중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이 모기지를 출항해 잠항한 후에는 선제타격(Kill Chain) 자산으로 타격이 어렵고 지속적인 위치 추적도 불가능하다. SLBM 발사 위치에 따라 미사일방어(KAMD) 자산을 통한 요격도 힘들다. 항공기와 수상함, 잠수함 등 다양한 전력을 투입한 잠항작전으로도 SLBM 발사를 사전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SLBM이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 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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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현재 신형 SLBM으로 추정되는 ‘북극성-3형’의 개발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바 있다. 지난 8월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사진 중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설명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북한이 향후 다탄두미사일(MIRV)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해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은 지난 7월 두 차례 발사한 또 다른 ICBM급 화성-14형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화성-14형이 뾰쪽한 탄두부를 가진 것과는 다르게 화성-15형은 둥글고 뭉툭해진 탄두부여서, 다탄투를 장착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미사일이라는 평가였다.
통일연구원은 ‘2018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은 2017년까지 보여준 핵실험과 연이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자극적인 도발보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피하면서 실전화와 은밀성을 효과적으로 과시하는 차원의 군사적 활동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