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입증 못 해" 檢, '수락산 피살' 김학봉에 살인혐의 적용

‘수락산 등산객 피살’ 사건의 피의자인 김학봉(61)씨가 지난 3일 오전 10시 범행 현장인 서울 도봉구 수락산보루 근처에서 현장 검증을 하기 전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검찰이 ‘수락산 등산객 피살’ 사건 피의자 김학봉(61)씨에게 경찰이 적용한 ‘강도살인’ 혐의가 아닌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주머니를 뒤진 행위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 달랐다.

서울북부지검은 형사2부(부장 최용훈)는 지난달 29일 오전 5시20분쯤 도봉구 수락산보루에서 주부 김모(64)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절도미수)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에게서 금품을 빼앗으려는 행위에 주목해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당시 “강도살인 혐의는 실제로 돈을 훔쳤는지 여부와는 관계없고 금품을 빼앗으려는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씨가 살인행위를 저지른 당시 상황에서 강도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대검 과학수사부가 나서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김씨의 심리를 통합적으로 분석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한 근거로 △피해자에게 반항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점 △위협을 가한 흔적 없이 가장 치명적 부위인 목과 배를 찌른 점 △피해자 의복 주머니 지퍼가 열려 있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 강도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올해 1월 출소해 직업을 구하지 못한 데다 생활보장 지원을 못 받는 처지를 비관해 불특정인 두 명을 죽이고 자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만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주머니를 뒤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절도미수’ 혐의를 추가해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