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승구 인턴 기자] 고용노동부가 청년의 법정 연령을 ‘15세~29세’에서 ‘15세~34세’로 확대하는 등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실업급여의 축소 및 취업준비생에게만 쏠린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5차 고용정책 기본 계획(2023~2027년·고용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을 통해 청년(15~34살)의 고용률을 2021년 53%에서 2027년 58%로, 같은 기간 여성은 58→63%, 고령자(55~64살)는 66→71%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청년·여성
고용부는 청년·여성 등의 고용취약계층을 핵심 정책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번 정책 계획에 따르면 청년의 법정연령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법정 연령인 ‘15세~29세’에서 ‘15세~34세’로 확대된다. 앞으로는 30살이 넘어도 일경험·공정채용 등 청년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군 복무로 인한 고졸청년의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취업맞춤특기병 특기분야를 디지털 분야까지 확대한다. 취업맞춤특기병은 고졸 이하 병역의무자가 취업과 관련한 기술훈련을 통해 연계된 분야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사회 진출을 돕는 정책이다. 특성화고 졸업생은 산업기능으로 우선 배정하며 취업 훈련을 강화한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8세에서 12세로 상향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 이상 35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정책이다. 그 밖에도 현재 12주 이내에서 36주 이후인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시기 확대를 검토한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총량에 집중해 전체 고용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번 계획은 청년·여성 등 고용취약계층을 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삼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여성 등 취약계층은 선진국과의 고용격차가 여전하다”며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는 데는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단기간 근로·특수고용직...청년 ’일자리 질‘ 논의 요원
일각에선 이번 발표가 취준생 지원 정책은 많이 나왔으나 정작 ‘일자리의 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우려를 내놨다. 저임금·불안정 일자리가 또 다른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 기조가 실업급여 등의 현금지원을 줄이는 것도 한몫했다. 일자리 여건과 무관하게 청년들을 등 떠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취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문제는 증가한 일자리가 주로 단기간 근로라는 점이다. 단기간 근로는 특성상 고용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전년 대비 81만 6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주당 36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장시간 일자리는 오히려 49만 9000명 감소했다.
고용원이 없는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다. 안정적인 장기근속을 바라기 어렵다. 국토교통부발표에 따르면 배달원 수는 2019년 상반기(11만 9626명)와 비교해서 2022년 상반기(23만 7188명)에 약 2배 증가했다.
반면 2030 세대 청년 일자리는 부족해지고 있다. 최근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올해 채용을 지난해보다 축소 또는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81만 6000명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을 10만명으로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은 8만명, 한국은행은 9만명으로 전망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단기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노동 정책이 ‘취업자를 위한 정책’과 ‘일자리 질 향상’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요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라며 “사회 초년생인 청년이 안정되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이 맘 놓고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야 사회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며 “취업자와 기업을 매칭하는 정책 뿐 아니라 근로조건 개선과 같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