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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선 본인의 발언을 ‘앞으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밝혔으나 이날 발언들은 13일보다 더 비둘기적(완화 선호)이었다는 평가다.
13일에는 본인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은 3.5%에서 금리 인상이 멈추길 바라지만 나머지 3명은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동결’ 해석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면 이날은 3.75% 시장 전망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동결 가능성을 강하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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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기준금리, 이미 높은 수준…물가 영향 지켜보자”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작년에는 5% 넘는 물가상승률이 있었고 가속화됐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게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으니까 이것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연 3.5%는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2~3%)보다 높아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를 갉아먹는 ‘긴축’ 수준이다.
그는 “올해 물가가 5%로 시작하지만 연말에는 3% 정도로 내려갈 것”이라며 “물가가 생각했던 패스(Path)보다 안 떨어진다고 하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내려간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는 성장, 금융안정을 고민하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금통위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3.6%로 작년 11월 전망치 그대로 유지했으나 경제성장률은 1.7%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2020년 2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도 예측했다. 즉, 물가는 연말로 3%대로 가면서 하향 안정되지만 경기는 생각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의미다.
경기 둔화로 인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말씀을 통해 “올해 전기·가스 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고 밝혔지만 “근원물가는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6.3%에서 12월 5.0%로 떨어졌고 근원물가도 12월 4.1%로 13개월만에 전월비 둔화됐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8%로 6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다.
‘물가 안정’ 직진 모드를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등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총재는 3대 3으로 갈라진 금통위원들의 의견 중 최종금리 3.5%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 발표 전에는 시장에서 최종금리를 3.5%, 3.75%로 보는 기대가 반반이었는데 금통위원 3명이 3.5%, 나머지 3명이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명시하니 3.75%를 생각하는 시장 사람들은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재는 “물가가 떨어지고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2,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등 단기 금리보다 중장기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고채 2년물, 3년물 금리는 각각 3.495%, 3.455%로 기준금리(3.5%)보다 낮고 10년물 금리(3.436%)보다 국고 2, 3년물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총재가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하고 물가가 둔화될 것이라고 하는 등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발언만 없었을 뿐 도비시(Dovish·비둘기)한 발언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 부동산 걱정 커져…유가 급등 반전 등 돌발 변수도 우려
부동산 연착륙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다. 이 총재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단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연착륙할 것인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계부채 비율(국내총생산 대비 105%)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 때문에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한은도 정부와 함께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을 하든지 정부와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13일 금통위 당시엔 “부동산 불안이 생기면 정부 규제 완화를 우선하고 한은이 부분적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지만 금리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부동산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총재가 성장 둔화,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하며 금리 동결 기조 전환을 시사했지만 물가에 대한 걱정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총재는 유가 급등 등 돌발적인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너무 빠르게 회복해 유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빠져서 유가를 또 자극시킬 경우 곤란해진다”며 “이 경우 미국 물가가 빨리 안 떨어지고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거나 고금리를 길게 가져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