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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 기간중 취업도 낙제점…`퍼주기`가 초래한 예견된 결과

최정훈 기자I 2021.07.20 16:31:41

文정부 들어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99% 급감
4명 중 3명은 수급 중 재취업 못 해…인센티브제도 ‘유명무실’
퍼주기 전락한 실업급여에 고용보험기금 고갈 위기
전문가 “고용보험기금 지출관리 책임 있는 고용부 무책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실업급여 지급에 대한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증한 실업자에 대한 반감을 낮추기 위해 실업급여 지출 관리를 방관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방만한 실업급여 관리는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 하락 등 초라한 고용보험 성적표로도 이어졌다. 고갈 위기에 놓인 고용보험기금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실업급여의 정상적인 지출 관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 신청을 위해 창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만 건 허위 구직활동 적발…文정부는 겨우 100건

2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만300건 수준이던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건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 149건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8년부터 적발 건수는 절반 이상인 4307건으로 줄었고 2019년엔 695건까지 감소했다.

정부가 이처럼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방관하면서 고용보험 취업 실적은 초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구직급여 수급자가 수급 기간동안 재취업한 비율이 26.8%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를 받는 최장 270일 동안 4명 중 3명은 재취업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특히 구직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 비율은 문 정부 들어서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7년 재취업 비율은 29.9%였지만 2018년엔 28.9%로 떨어졌고, 2019년엔 25.8%까지 급락했다. 지난해엔 26.8%로 소폭 올랐지만 이는 정부의 단기 공공일자리의 영향이 컸다.

즉, 현 정부 들어 고용보험과 구직급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구직급여의 근거 법령인 고용보험법에는 정책의 목적을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지급해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재취업 촉진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초라한 수준의 구직급여 성적은 고용보험과 연계된 조기재취업수당 성과에서도 나타난다. 구직급여 수급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와중에도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조기재취업수당은 구직급여를 받는 기간에 재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구직급여 지급 기간 중 절반 이상을 남기고 취업에 성공해 1년 이상 일하면 남은 구직급여 가운데 50%를 지급한다.

2017년 450만 1000명 수준이던 구직급여 수급자는 △2018년 505만 7000명 △2019년 562만명 2년 만에 100만여명이 늘었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친 지난해엔 200만명이 늘어난 766만 8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자는 △2017년 7만 6000명 △2018년 7만 6000명 △2019년 8만 3000명 △2020년 8만 1000명 수준에 그쳤다. 전체 수급자 대비 조기재취업수당 지급자 비율로 보면 2017년 1.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0%로 줄어들었다.

자료=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퍼주기 실업급여에 고용보험기금 고갈 위기

정부의 퍼주기식 실업급여 지출로 고용보험기금은 고갈 위기에 놓였다. 특히 근로자가 지급한 보험료가 쌓인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이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말까지 10조 254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조 999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기금이 바닥을 보이면서 순수 적립금이 처음으로 적자를 보이며 기금 수지가 -2조 6994억원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고용부는 예산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워낙 실업급여 지출이 커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4조 6997억원을 빌렸다. 올해도 3조 2000억원을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릴 계획이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방안에는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한 수급자와 사업주 등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구직급여를 5년간 3번 이상 타면 수급자의 급여액 최대 50%를 삭감하고, 단기 비자발적 이직자가 많은 사업장은 보험료율을 1%로 인상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을 방치하면서 수급자와 사업자만 제재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지출 관리해야 할 고용부 무책임”

고용부는 구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구직활동 인정 요건이 강화하면서 적발해야 할 건수 자체가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에 명함만 제출하면 구직활동으로 인정하는 등 인정 범위가 넓어 일일이 확인하고 적발하는 건수도 많았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행태가 많이 나타나는 구직활동을 아예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적발 건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엔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으로 구직활동을 인정한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적발할 필요성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019년엔 의무 구직활동 건수가 4주 2회에서 4주 1회로 완화된 것과 지난해의 경우 고용센터의 업무가 급증한 것도 영향이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용부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실업급여 지출 관리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상식적으로 적발 건수가 9900건이나 줄었다고 하면 적발하는 기준을 완화했거나 적극적으로 적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밖에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니면 일자리 상황이 좋아 실업자가 구직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봐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의 고용 상황으로 봤을 때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구직급여는 단순한 복지 제도가 아니고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전제로 설계했기 때문에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지급을 중단해야 노동 시장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이 정상적으로 지출되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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