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당 릴레이 단식이 ‘웰빙단식’이 아닌 이유

조용석 기자I 2019.01.28 14:21:35

한국당 5시간30분 단식에 與 ‘웰빙단식’ 비난 쏟아져
간헐적 단식도 최소 16시간 굶어야…웰빙도 아까운 단식쇼
숭고했던 단식 희화화…오늘도 끼니 못 챙길 서민 모욕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와 강석진(왼쪽), 주광덕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조해주 선관위원 후보자 임명강행 반대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시간30분 릴레이 단식’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에서는 ‘웰빙 단식’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하지만 평생 비만체형으로 살며 단식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한국당 의원들의 단식은 웰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아깝다.

역시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공복시간이다. 웰빙을 위한 간헐적 단식은 크게 일 단위로 할 수 있는 16:8 방식과 주단위로 할 수 있는 5:2 방식으로 나뉜다. 16:8 단식은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공복하고 나머지 8시간만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이고, 5:2 방식은 일주일에 이틀을 24시간 동안 굶는 것이다. 가장 쉬운 16:8 단식이라도 16시간을 참아야 하니, 한국당이 ‘웰빙 단식’을 추구했다면 10시간30분을 더 굶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간헐적 단식 열풍을 일으킨 ‘먹고 단식하고 먹어라’의 저자 브래드 필론에 따르면 단식 24시간이 돼야 대사질환을 일으키는 인슐린 수치가 70% 감소한다. 또 우리 몸이 축적된 살(지방)을 에너지로 쓰기 시작하는 지방산 수치 증가도 단식 18~24시간 사이 급격히 는다고 한다. 여러모로 한국당 의원들의 짧은 단식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셈이다.

바쁜 일정으로 순간의 공복감도 버틸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방법도 있다. 미 의료계에서는 16시간의 공복감도 이겨내지 못할 이들을 위한 FMD(Fasting Mimicking Diet·단식모방다이어트)도 유행중이라 한다. 5일간 매일 1100~800Kcal만 섭취할 수 있으나 매일 섭취하는 음식 중 단백질 함량이 10%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하루 5시간30분밖에 단식할 수 없는 바쁜 이들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당이 청와대의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농성을 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이 비판받는 이유는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는 저항할 방법이 없어서 곡기를 끊고 투쟁했던 많은 이들의 단식이 조롱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 없는 단식 운운으로 벌써 많은 이들은 한국당이 왜 릴레이 농성을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리게 됐다.

한국당 5시간30분 단식에 덧붙여 떠오르는 것은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로 사망한 김군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가방에 있던 컵라면이다. 끼니를 챙겨먹기 어려워 컵라면으로라도 공복감을 채우려 했던 이들은 결국 라면도 먹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오늘도 일상에 치여 5시간30분이 훨씬 넘는 공복 후 저녁 늦게 허겁지겁 한술 뜨며 늘어가는 뱃살을 바라보는 이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한국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 되기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참고로 3일 단식 경험자로, 이틀이 넘으면 소금도 너무나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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