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련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노인 음주는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외로움이나 우울함,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우울증은 물론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음주경험자는 26.6%, 이중 과음주율(1주 8잔 이상)은 10.6%로 술을 마시는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무기력함, 피로감, 수면 장애, 식욕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최 원장은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마음보다 몸으로 온다는 것”이라며 “우울하거나 슬프다는 감정적 표현 대신 ‘잠이 오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된다’ ‘~가 아프다’ 등 신체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을 자가 치료의 일환으로 술로 달랜다는 데 있다. 음주는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오랜 시간 음주를 반복하다 보면 알코올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 결국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면 반복되는 술 문제로 인해 가족과 멀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는 가족들이 단순한 노화 문제로 치부하거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최 원장은 “노인들이 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문 치료 프로그램과 여가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며 “실제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고령의 환자들 중에는 단주를 선택하고 성공해 자신감 넘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회복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인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노인의 날을 맞아 부모님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해보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