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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3+아이5=O' '어른5+아이3=X'…"누더기 방역 수칙이 헷갈려"

이용성 기자I 2021.03.15 16:38:11

방역당국, 15일부터 거리두기 현 단계 연장
'사적 5인이상 모임 금지' 예외 적용 둬
매번 바뀌는 방역 지침에 시민들 '혼란'
"기준 마련에 근거도 없는 듯해" 비판 일어

[이데일리 이용성 이상원 기자] 아버지의 기일을 곧 앞둔 조모(57)씨는 요새 머리가 복잡하다. 가족끼리 최소한으로 모여 기일을 보내려고 했지만, 정부가 정한 방역수칙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직계가족은 8인 이상 모여도 된다는 뉴스를 본 조씨는 어머니를 설득해 식사 자리에 모시기로 마음먹었다.

전날인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이 봄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역당국이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사적 5인 이상 모임 금지’에 예외 적용을 뒀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복잡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5일 0시부터 28일 밤 12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2주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도 유지한다.

다만, 일부 상황에 대한 예외를 추가로 적용했다. 그동안 직계가족이 만나는 모임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처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날 이후 8명까지로 상한을 적용했다.

서류상 직계가족이 아니거나 방계가족끼리는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또한, 만 6세 미안 영유아를 동반한 모임도 8인까지 허용되지만, 영유아를 제외한 인원은 4인까지만 모일 수 있다. 즉, 어른 3명·영유아 5명 조합은 되지만 어른 5명·영유아 3명 조합은 모일 수 없는 셈이다.

이러자 새로운 예외 지침 근거가 애매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실증적인 조사 없이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규제를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장인 A(27)씨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나름의 조치를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방역수칙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이해하기에 피곤해지는 것 같다”며 “방역수칙이 복잡해지면 경각심보다는 피로감이 더 쌓일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5살 된 아이를 키우는 이모(40)씨는 “8명이라는 숫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아이는 되고 어른은 왜 안 되는 건지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며 “기준도 애매하고 근거도 없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1년 넘게 방역수칙에 신경을 곤두세운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지금까지 5인 이상 직계가족 손님들을 웬만하면 다 돌려보냈다”며 “손님 한 분 한 분이 소중해 받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신고를 당할까 봐 두렵다”고 울상지었다.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박모(24)씨도 “방역수칙이 워낙 복잡한데다 자주 바뀌는 것 아니냐”라며 “솔직히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워 일하는데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회사원 이모(30)씨는 “백화점이나 대중교통 등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라며 “이럴 바엔 자율방역에 맡기고 감염이 발생할 시 책임을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28일까지 현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현 상황을 코로나19 3차 유행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382명으로 집계되면서 연일 300~400명대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현재 3차 유행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3차 유행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3월과 4월 코로나19 유행이 재확산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가지고 국민 여러분이 생활 속 방역관리를 철저히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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