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진해운의 경영난으로 휘청거렸던 한진그룹 신용도가 회복 국면이다. 한진그룹 내 종합물류업체인 한진(002320) 역시 이전보다 한층 나아진 신용도 평가를 받아들고 회사채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회사채 발행시장이 연초 효과에 힘입어 흥행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AJ네트워스에 이어 비우량등급인 한진의 수요예측에도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이 쏟아질지 관심을 모은다.
◇사업 정상 궤도…그룹 리스크 일단락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BBB+)은 오는 30일 500억원 규모의 1.5년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이번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금액은 모두 오는 3월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회사채 시장에서 한진의 인기는 시들했다. 2016년 계열사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신용 리스크로 불거지면서 ‘A-’이던 신용등급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일제히 ‘BBB+’로 한단계 강등됐기 때문이다. 같은해 10월 진행한 35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은 한건도 신청이 없어 전량 미달 처리됐다. 이듬해 3월 300억원 규모 수요예측 역시 미달에 그쳤다.
한진에 대한 평가가 바뀐 시기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잠재 부실요인이 없어지고 물동량이 대폭 감소했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회복세가 나타나던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다. 지난해 7월 7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030억원 규모 신청이 몰리면서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이어 10월에도 400억원 모집에 660억원이 몰리며 2회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지난달 14일과 이달 25일 ‘부정적’이던 한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현 한기평 연구원은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2M과 장기 이용 계약 후 빠르게 정상화되고 신규 재무적투자자(FI) 유치와 부산 컨테이너야적장 매각으로 재무부담이 완화됐다”며 “한진그룹 사업구조가 재편되고 유상증자, 진에어 상장 등을 통해 계열사 직접 지원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수요예측 자신감↑…BBB+급 바로미터
시장의 관심은 한진의 수요예측 흥행 여부다.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이 ‘A급’ 위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한단계 낮은 ‘BBB+’급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 받는 것이다. 업계 예상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32.8%에서 3분기 20.7%로 반등했고 2016년말 229.4%이던 부채비율이 작년 3분기 146.1%로 낮아지는 등 사업·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비교대상으로 삼을만한 곳은 이달 중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AJ네트웍스(095570)다.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으로 한진과 같고 1.5년물 300억원 조달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결과 44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 규모를 35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앞으로도 만기가 도래하는 BBB+급 회사채 물량이 많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이어질 전망이다. 마켓인에 따르면 오는 2월과 3월 만기 예정인 BBB+급 회사채는 각각 6600억원, 1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010140)(BBB+)이 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한항공(003490)(BBB/BBB+) 1500억원, 대성산업가스(BBB+) 300억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신용등급이어도 기업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발행 조건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급 위주 회사채 발행이 순조롭지만 BBB급까지 기관 투자 수요가 미치는 추세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에 가격 민감도가 커진 만큼 개별 종목 펀더멘털과 금리 수준 등에 따라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