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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위로 다시 뜬 공익재단 의결권…삼성·금호재단 제1 타깃되나

김상윤 기자I 2017.08.22 16:36:06

김상조 "기업집단국 신설 뒤 엄격한 분석 우선"
삼성생명공익재단·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논란
국회에 이미 박영선-박용진 개정안 계류 중
공정위 실태조사 분석 뒤 법안 통과 추진할 듯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기업의 공익법인을 통한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소득층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나 문화·예술 사업 등이 설립 취지이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의 편법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달 대기업 전담 감시조직인 기업집단국을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규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기업집단국 출범 후 실태조사 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 20개 대기업집단의 39개 공익재단이 79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다”면서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면 공익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태를 엄격하게 분석해 규제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익법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 사회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 보조나 지급, 학술·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과 오너들이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출자하는 방법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은 피하면서 해당 주식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해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익법인이 일종의 `편법 승계`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다. 지난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를 매입했다. 삼성재단의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매입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난다. 당시 김 위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대는 “공익재단이 그룹의 사실상 지부회사인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지배권 승계를 위한 또 다른 편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삼성과 이 부회장이 구태와 단절하는 길은 삼성공익재단 보유 삼성물산 지분을 즉각 처분하는 것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동원한 사례도 논란이다. 박 회장이 새로 설립한 그룹 지주사 ‘금호기업’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죽호학원이 출자했고,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여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했다. 이런 주식 매입이 의결권 행사로 이어졌고 박 회장 일가의 지배권 확보 수단으로 활용된 셈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박영선-박용진 공정거래법 개정안

현재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이다.

박영선 의원안은 해당 공익법인이 주식의 전부를 출자해 소유한 회사의 경우는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박용진 의원안은 법 시행 이전 해당 공익법인이 주식의 전부를 출자해 소유한 경우에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부만 보유하거나 개정법 시행 이후 주식을 전부 출자해 소유하더라도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운동기간 공약으로 계열공익법인 등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차단 방안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여당과 공정위가 합심해 법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상조 위원장은 속도전을 치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늘 외치듯 ‘지속가능하고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현황을 분석한 뒤 재계도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측에서는 의결권 제한이 공익법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공익법인의 지분율이 낮아 지배력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대기업 집단이 공익법인을 어떤식으로 활용하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게 우선”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규제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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