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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자산규모 500억달러(약 66조원)에서 2500억달러(약 329조원) 규모의 미 지역은행 30개의 올해 초 기준 총 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7%로 1년 전 13%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JP모건 체이스와 씨티그룹 같은 미 대형 은행의 현금 보유 비율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FT는 덧붙였다. 미 대형은행 중 현금 준비율이 가장 높은 씨티그룹의 지난해 말 현금 비중은 예금액의 25%에 달했다.
FT는 “미국의 가장 큰 지역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적은 현금을 가지고 올해를 시작했다”며 “SVB와 시그니처의 붕괴로 이어진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역 은행들의 현금 비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이들 은행이 현금 비중을 줄이고 대신 채권과 증권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뱅크런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려 파산한 SVB의 경우 현금 보유액은 2021년 중반 220억달러(약 29조원), 자산대비 비중은 14%였으나, 올해 초에는 120억달러(약 16조원)와 6%로 각각 감소했다.같은 기간 채권 포트폴리오는 830억달러(약 109조원)에서 1170억달러(약 154조원)로, 대출은 500억달러에서 720억달러(약 95조원)로 증가했다.
SVB는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가 몰리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채권 매각에 나섰다. 긴축에 따른 경기 우려 등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은 하락했기 때문이다. 고객과 투자자들 사이에는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확산됐고 이 은행은 빠르게 파산했다.
미 중소 은행 파산 도미노 공포 속에 다음 타자로 지목됐던 퍼스트리퍼블릭의 올해 초 자산대비 현금 비율은 불과 2%였다.
현금 비율이 낮은 지역은행들은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몰릴 때 채권과 증권 등 투자자산에 손실을 보더라도 현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예금 유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