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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음주 사실을 처음으로 직접 인정했다. 그는 참사 당일 술을 마셨냐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주말에는 저도 (사적으로) 음주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토요일 휴일을 맞아 지인들과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쯤 인근 캠핑장 숙소에서 취침했다. 윤 청장은 두 차례 보고 전화를 놓쳤으며, 참사 발생 이튿날 오전 0시14분에서야 상황을 뒤늦게 인지했다. 당시 음주 의혹이 제기됐지만, 윤 청장은 그럴 때마다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명확히 음주 사실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의원은 이어 “그날 술을 얼마나 마셨나”고 되묻자, 윤 청장은 “제가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조 의원이 “답변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자, 윤 청장은 음주량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이번 참사 계기로 제 사생활도 잘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자 등이 근무 시간이 아닌 휴일에 음주한 사실 자체는 위법 행위가 아니다. 다만 사건 당일 이미 서울에 각종 집회가 예고돼 있었고, 이태원 핼러윈 축제 등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 상황에서 경찰 최고 책임자가 무책임하게 술을 마셨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방청객석을 넘어 윤 청장에 다가가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다 허수아비냐”, “몰랐다는 게 자랑이냐”라고 외쳤다. 청문회 안팎에서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우는 유족들도 있었다.
이날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앞서 제기된 사건 당일 경찰 내부의 보고 지연과 늑장 대응으로 참사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책임 소재 공방도 이어졌다.
조 의원은 윤 청장을 향해 “특수본 수사 중간 발표를 보면 ‘용산’자 들어가는 관계자들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하는 것 같은데 정무적 책임을 지고 지금이라도 물러날 의향 없나”고 다그치자, 윤 청장은 “취지를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책임 소재를 따지며 자진사퇴를 종용하자, 김 청장은 “전체적 지휘권은 제게 있고 관할인 서울청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이 있다면 지겠다”면서도 “무책임하게 중간에 사퇴하기보다는 수사 등을 통해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가리면서 현재로서는 소임을 다하겠다”고 사실상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대기발령을 받고 현재 구속 중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도 “잘못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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