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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된 것은 단연 부동산 문제였다. 문 정부 들어 20차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국적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 기간 서울의 집값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15%, KB국민은행 기준 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상승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7월 당정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며 세입자 주거 안정을 꾀했지만, 오히려 전셋값이 급등하고 시장 혼란이 극에 달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러한 부동산정책 실패는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정책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등 부동산 관련 발언에는 시종일관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 등의 자기성찰식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는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동안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및 보완을 언급하며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투기 차단’이라는 기존 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정책의 중심을 실수요자에 두는 등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강화하려는(잡겠다는) 목적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주택 서민·신혼부부·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종부세…6월 전 제도개선 가능할까
문 대통령의 이 날 발언은 당정의 제도 개선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당정은 기존 부동산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인 6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연 소득 8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가격 6억원 이하인 주택을 살 경우 LTV와 DTI를 최대 50%까지 적용해주고 있다. 이 기준을 연 소득 1억원, 집값 9억원으로 각각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확대 범위도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규제완화로 당정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고령이거나 장기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공제를 확대하고, 과세 이연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과세 이연제는 소득 또는 자산의 이전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세금납부를 연기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 수준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과세 기준선을 12억원으로 끌어올리면 종부세 부과대상은 기존 3.7%에서 1.9%로 낮아지게 돼 약 26만7000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종부세 관련 논의는 5월 중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으나 논란이 계속될 경우 고지서 발송 전인 11월까지도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 발언 기점으로 규제 완화 당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라면서도 “종부세의 경우 사안이 민감한 만큼 6월 이전 결론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종부세 기준이 상향되지 않는다면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로 전가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면서 “전월세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종부세 관련 논의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존 정책 기조를 아예 바꿀 순 없을테니 1가구 1주택 규제 완화 이외에는 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더욱이 다수 의원들은 종부세완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다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세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내 기획재정부 주도 아래 종부세 기준 상향은 세법 개정안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