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한해 유방암으로 진단받는 여성이 2만 여명이 넘으면서 유방암이 갑상선암을 제치고 국내 여성암 발병률 1위가 된 가운데,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 미혼여성의 증가와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나면서 젊은 여성의 발병률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9세 ‘유방암’ 환자수가 2010년 대비 2018년 약 16% 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한국유방암학회는 이 같은 추세라면 현재 20대인 여성 13명 중 1명은 살아가면서 유방암 환자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특징은 60~70대에 발병률이 증가하는 서양인에 비해 50대 이하 여성의 발병률이 높은데, 특히 20~30대 여성 발병률은 서양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방암 발생원인은 유전적 요인,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연령 및 출산 · 수유 경험, 방사선 노출, 음식물(특히 고지방식), 음주, 환경호르몬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실제 유방암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1.8배,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1.5배,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있는 여성보다 1.4배, 모유 수유하지 않은 여성이 수유한 여성보다 1.8배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폐경 후 체중이 10kg 증가했을 때 위험도 80% 증가, 한 주에 3회 이상 술을 먹을 경우 위험도 50% 증가,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했을 때 위험도 2배 증가하며, 또한 서구식 식생활 및 생활 습관이 있는 경우, 과거에 유방 수술을 받았던 경우 등에서 잘 발생할 수 있다.
김민균 중앙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최근 들어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늦은 결혼과 저출산, 빠른 초경, 모유수유 감소, 비만, 피임약 복용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BRCA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 발생위험이 최대 80%까지 높아지며, 출산 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을 늦게 한 여성,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및 불임 등이 있는 경우, 배란의 횟수가 증가해 ‘쉼‘ 없는 배란으로 인한 세포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유전자 변이를 가진 세포가 암세포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란을 많이 할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 들어 결혼하지 않는 여성과 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증가로 배란을 많이 하는 가임기 때 임신, 출산으로 인한 배란 횟수가 줄어들지 않아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출산 후 수유를 하는 것도 배란 횟수를 줄여 유방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암연구소(AICR)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모유수유를 하면 5개월마다 유방암 위험이 2퍼센트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국내 연구에서도 모유수유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균 교수는 “모유 수유가 배란을 지연시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노출 기회를 줄여주기 때문에 유방암 발생을 낮추는데, 결혼 여성이 모유수유를 기피하거나 미혼여성에서 임신과 수유로 인한 유방세포의 완전한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최근의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여성의 유방암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20세 이상부터 매달 자가 진찰 및 2년에 한번 전문의에 의한 유방진찰을, 35세 이후부터 매달 자가 검진, 매년 전문의에 의한 유방 진찰 및 2년에 한번 유방 촬영이 권고되고 있다. 유방암은 림프절 전이가 빨리 되는 질환으로 암을 진단받고 수술받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속한 검사와 수술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후 한 달 이상 기다렸다가 수술 받은 환자는 한 달 안에 수술 받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약 1.59~1.9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암을 조기에 발견해 검사와 진단, 수술 및 치료를 신속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