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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쓰고 교통량 1.8% 감축…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실효성 논란

김보경 기자I 2018.01.15 17:17:19

비상조치 발효했는데 미세먼지는 ‘보통’ …예보 엇나가
전주 같은 시간대 대비 지하철 2.1.%, 버스는 0.4%↑ 그쳐
전문가 “주원인 제거 못하는 보조적 수단…실효성은 한계”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이 처음으로 무료가 된 15일 오전 7시 서울 강동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데일리 김보경 김보영 기자]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15일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처음 실시했지만 교통량 감축효과는 미미했다.

이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한 시민들도 고농도 미세먼지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상황에서 서울만 대중교통 무료로 운행한다고 미세먼지 줄이는데 효과가 있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날 오전 초미세먼지 농도가 계속해서 ‘보통’ 수준에 머무르면서 서울시 정책이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서울시의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50억 쓰고 교통량 1.8% 감축 그쳐 실효성 의문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예상되는 날 시내 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대중교통 운임은 서울시가 세금으로 대신 부담한다. 현행 승객 기준으로 하루에 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예년에 비춰볼 때 올 한해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연간 7회 정도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1년간 약 350억원의 세금이 쓰인다. 무료 이용으로 대중교통 이용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세금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 지하철 이용객은 지난주 같은 시간대보다 2.1%(2만3000명) 늘어난 110만9884명이었다. 시내버스 이용객은 0.4%(3500명) 증가한 95만2454명이었다. 서울시내 14개 지점의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 진입 차량은 지난주 월요일 출근시간대보다 1.8%(2099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5일 처음 시행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 참여가 성공의 척도”라며 “앞으로 시민단체 협력과 홍보 강화, 차량 2부제 시행결과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조치 발효했는데 미세먼지는 ‘보통’ …엇나간 예보

하지만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한 시민들조차 정책 실효성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출근길 버스를 이용한 서울 동작구 거주 백모(32)씨 “한강 이남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광화문까지 다니는데 오늘 내가 탄 버스는 언제나처럼 한산했다”며 “교통비 무료 혜택의 여파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이모(28)씨도 “성남에서 서울까지 출근하는데 오늘 특별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느낌은 못받았다”며 “버스비 1000원 아끼겠다고 차를 타고 다닐 사람들이 굳이 버스를 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대중교통 무료 운행 첫날인 이날 오전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이 아니라 ‘보통’이었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50㎍/㎥를 넘어 ‘나쁨’ 수준을 나타내고,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나쁨’ 수준으로 예상되는 경우 내려진다. 하지만 15일 새벽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0㎍/㎥를 밑돌았다.

직장인 김모(38)씨는 “비상조치라고 해서 마스크 챙겨나왔는데 아침에 미세먼지가 ‘보통’이라고 해서 의아했다”며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여야 세금을 쓴 만큼 효과를 거두지 않겠냐”고 했다.

◇전문가 “보조적 수단…실효성은 한계”

전문가들도 서울시 정책의 실효성에는 회의적이었다. 박종길 인제대 대기환경정보연구센터소장은 “서울시 비상저감조치는 주된 원인을 제거한다기보다는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 오염을 경감시켜주는 대책에 가깝고 일시적인 대응이란 점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일상적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에 한 번 시행에 효과를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된 원인이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상저감조치가 원천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먼지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더 악화할 수 있는 미세먼지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2차적 수단, 보조제 정도로 지자체 선에서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의 최선이라 본다”고 했다.

오영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런 조치는 수개월 간 꾸준히 실시해야 정책적 효과 등을 검증할 수 있는데 단순 하루 이틀 실시한 것만으로 효과를 단정짓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민들이 이를 얼마나 따를지 변수도 있기 때문에 검증이 더욱 어려워 효과가 있다 없다 자체를 논하기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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