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는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부산 출신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까지 받은 각별한 인연이 있다. 때문에 ‘친노(親盧)’계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는 문재인 캠프에도 몸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銀 감사에 ‘참여정부 감사원 출신’ 기용說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민은행 상임감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인물은 없다. 다만 참여정부와 연관된 감사원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KB국민카드의 상근감사위원으로 정경순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이 선임된 점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동안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는 금융감독원 몫이었다. 지난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의 합병 후 통합 국민은행이 새롭게 선임한 감사 5명 가운데 3명이 금감원 출신이다.
2003년 3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재임한 이성남 전 감사는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냈다. 2008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재직한 정용화 전 감사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박동순 전 감사는 금감원 거시감독국장을 거쳐 2011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국민은행 감사를 맡았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아닌 기획재정부 출신의 상임감사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KB사태’ 핵심 당사자로 2015년 1월 물러난 정병기 전 감사가 기재부 감사담당관 등을 책임진 관료라는 측면에서 내부 반발이 심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국민은행이 올해 6월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해 금융당국이나 기재부 출신 인사가 상임감사직에 기용되기 힘들게 고친 까닭에 감사원 출신에겐 오히려 기회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상임감사 자격 요건으로 금융회사나 이에 준하는 기관에서 일정기간 감사업무를 경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는 이유에서다.
KB지배구조내부규범상 감사위원회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상임감사위원의 직무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사 등의 감사업무 또는 재무업무 등에 일정기간 근무한 경력을 고려해 후보를 추천한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기업임에도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KB금융은 정부가 과거처럼 지분권을 행사하려는 습성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外風에 민감한 KB금융…‘흑역사’ 재연되나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역대 5명의 KB금융그룹 수장 중 임기 3년을 다 채운 인물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전 회장과 윤종규 현 회장 둘뿐이다. 특히 윤 회장은 KB 역사상 첫번째 연임 회장이다. 지난 2008년 9월 출범한 KB지주의 초대 황영기 회장은 취임한 지 1년 만에 전격 사퇴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퇴임 후 발생한 파생상품 투자손실이 문제가 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일이 발목을 잡았다.
2대째에 와서야 처음으로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게 된 어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11일 퇴임식에서 “인사나 대출 청탁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경영의 투명성과 인사의 독립성을 크게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대표적 낙하산이란 평을 들었다.
하지만 뒤이어 터진 ‘KB사태’는 이 같은 말을 공염불로 만들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인사로 불린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주전산기기 교체 과정에서 경제관료 출신인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유례없이 충돌하면서 이른바 ‘KB사태’를 만들었고 동반 사퇴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최근 들어 KB금융의 ‘흑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노조 선거개입을 이유로 국민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견제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관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KB금융은 신한금융과의 ‘리딩뱅크’ 싸움에서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윤종규 회장이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