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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수출이 이번달 들어서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코리아’의 이상전선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특히 국제유가 안정세 덕에 일부 석유화학제품 정도만 반등 기미가 보일 뿐 나머지 주력 업종은 회복이 난망한 상태다.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낙관론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3% 경제성장률은 ‘딴 나라 얘기’처럼 굳어질 가능성도 커보인다.
◇15개월째 수출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할듯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20일 수출액은 237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줄었다. ‘수출 쇼크’ 우려를 낳았던 지난 두 달(-15.7%)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적었던 측면”(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이 없지 않다. 특히 19~20일은 주말이어서 감소 폭이 유난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달 수출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갤럭시S7 출시로 관련부품 수출이 늘고 유가가 1~2월에 비해 조금 상승해 석유 관련 제품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유일호 부총리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달 들어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수지표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하고 있다. 이번달도 좋아봐야 한자릿수 후반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15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는 월별로 수출 통계를 집계한 지난 1970년 이후 최장기다. 중장기적 시계로 봐도 지금은 위기 국면이다.
가장 큰 요인은 세계경제의 침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달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3.3%에서 지난달 3.0%로 내렸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세계경제 하락이 더 뼈아픈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달 수출 상황 역시 연초보다 나아진 게 없다”면서 “당장 세계경제를 일으킬 만한 모멘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LCD 2차전지 등 전자·IT에 밝은 주 연구위원은 “특히 중국을 바라보는 업계가 많아 더 버텨줘야 하는데, 지표가 계속 좋지 않다”면서 “수출 부진이 올해 내내 장기간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조빛나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올해 세계교역량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세계경제 부진 직격탄…韓 3%대 성장률 난망
산업계는 이미 바짝 몸을 엎드린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우리 수출을 이끄는 13대 주력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3%가 “매출 확대가 더디고 가격과 이익은 점점 떨어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매출과 이익 둘다 감소하는 ‘쇠퇴기’로 들어섰다는 업체도 12.2%나 됐다.
컴퓨터(80%), 섬유(75.0%), 평판디스플레이(72.2%), 무선통신기기(71.4%) 등 주력 업종을 성숙기로 본 응답도 상당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센 선박(26.1%), 섬유(25.0%), 평판디스플레이(22.2%) 등은 이미 쇠퇴기로 분류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정부가 목표로 삼는 3%대 경제성장률은 물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부터 다음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2.6%),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5%)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대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금융권 한 인사는 “수출은 계속 부진한데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회적으로 그런 고민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장기불황 조짐에 대비해 총체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시정책의 경우 그 효과가 불분명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경제주체에 대한 심리안정에 효과를 볼 수 있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계 구조개혁 체질개선에 더해 정책당국의 수단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음달 총선 전까지는 국가적인 논의 동력이 멈출 수 밖에 없다는 걱정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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