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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트럭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수요가 증가하면서 운송용 화물열차 부족으로 수 십만대 차량이 열차에 실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미 만들어놓은 자동차를 보관할 장소를 돈을 내고 빌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화물열차 집계기관 TTX에 따르면 현재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만 25만대에 달한다. 그동안 평균 대기 차량은 7만대 수준이었다.
도요타는 주문 받은 만큼만 생산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기로 잘 알려져있지만, 현재 미국 내 2곳의 도요타 공장 앞 마당에는 중형 SUV ‘하이랜더’를 포함, 운송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포드와 혼다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대기 차량을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을 돈을 내고 빌리고 있다. 차를 생산해 놓고도 배달을 못해 보관료까지 물고 있는 셈이다.
브라이언 메이슨 도요타 로지스틱스 서비스 매니저는 “모든 제조사들이 화물열차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최악의 경우 자동차 생산을 줄여야할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빚어진 결과다. 반년간 50% 이상 급락한 유가로 미국 자동차업계는 소비경기 부활과 맞물려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미국인들이 지난해 구입한 트럭과 SUV는 전년대비 11% 증가한 720만대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리서치그룹 오토데이타에 따르면 포드의 대표 SUV ‘이스케이프’(Escape)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고 도요타의 SUV 및 혼다 소형트럭 모델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반대로 화물열차 업계는 셰일오일을 실어 나르는 LNG 화물열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 수익성이 악화돼 문을 닫는 내륙 셰일유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유가 하락은 화물열차업계에 정반대 효과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화물열차 회사들은 최근 잇따라 수송 용량을 늘리고 있다. 북미지역 철도회사들은 이달 말까지 1070대의 2단 화물열차와 550대의 3단 열차를 추가하기로 했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 내 철도회사 BNSF는 올해 1900대 화물열차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2단 및 3단열차를 합쳐 구입한 물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BNSF는 올해 60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인프라 장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버핏 버크셔 회장은 지난주 투자자들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거대한 투자 규모는 곧 화물열차 업계에 더 나은 서비스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