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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먹은 곰탕..검찰은 국밥만 주나요?[궁즉답]

전재욱 기자I 2023.01.30 15:48:41

조사받는 피의자 식사 메뉴는 사실상 무제한이지만
덜 자극적이고, 잘 소화되는 곰탕 계열 선호하는 편
밥값내는 검찰도 고가 음식 제공 어려워서 곰탕 적당

Q.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곰탕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이는 국밥만 먹어야 하는 건가요?

영화 헤어질결심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초밥을 먹는 송서래(탕웨이).(사진=CJ ENM)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국 대표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예로 들면 조사실 음식 배달을 전담하는 업체가 다루는 메뉴는 다양합니다. 한식은 곰탕(설렁탕 포함) 등 국밥을 비롯해 각종 찌개류와 백반을 제공하고, 중식도 짜장과 짬뽕 따위 일반적인 메뉴를 가져다줍니다. 조사 중간에 밖으로 나가 밥을 먹으면 신병 확보가 어렵고, 조사 시간도 길어지기에 거의 예외없이 배달시켜서 먹죠.

◆ 싸고 소화 잘돼야 조사받기 편하지

문제는 밥값입니다.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식사 비용은 검찰이 부담합니다. 피의자는 변호인을 대거 대동하고 조사를 받기도 하는데, 이들 모두에게 검찰이 밥을 사는 게 상례라고 합니다. 구속 피고인이나 형이 확정된 수감자라면 구치소·교도소에서 식사를 가져와서 교도관과 함께 식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값은 검찰 몫이죠. 별개로 참고인도 배고프다고 하면 검찰이 밥을 사줍니다.

이때 한 사람당 한 끼에 책정되는 밥값이 ‘적정한 가격’이야 한답니다.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통상 ‘1만 원대’로 보면 무난합니다. 그래서 비싼 편인 일식은 제공 음식에서 거의 제외합니다. (스스로 비용으로 배달시키는 것까지는 막지 않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 분)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던 경찰관 장해준(박해일 분) 경감이 초밥을 사주는데 실제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죽하면 극 중 오수완(고경표 분) 형사가 장 경감에게 따집니다. 왜 비싼 음식을 사주냐고.

여하튼 국밥은 ‘적정한 가격’ 기준에 무리 없이 들어맞습니다. 그런데 찌개류와 백반, 중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헤아릴 것은 피의자의 심리 상태입니다. 조사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하면 식욕이 감퇴하고 소화도 여의찮을 수 있죠. 이런 이유에서 피의자가 식사를 거부하면 검찰도 강권하지는 않습니다.

영화 살인의추억에서 형사와 용의자가 조사 도중에 짜장면을 먹고 있다.(사진=CJ ENM)
개중에 식사를 원하는 이들이 국밥을 선호하는 이유는 국물과 밥을 함께 넘길 수 있어서 편하기 때문이라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합니다. 백반보다 밥 넘기기가 덜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맵고 짜서 자극적인 김치·된장찌개도 마찬가지죠. 배달 과정에서 붇기 쉽고, 소화가 더딘 밀가루 음식(중식)도 꺼리는 대상이죠.

언론이 피의자가 무슨 음식을 시키고 얼마나 먹었는지를 따지는 건 얼핏 지엽적으로 보이지만, 나아가서 보면 피의자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습니다.

◆ ‘배달되는 게 설렁탕밖에 없어서’

국밥이 언제부터 ‘조사실의 음식’으로 떠오른 건지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밥집 영업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서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피의자 인권이란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은 밤샘 조사가 흔했고, 그러다 보면 한밤중 식사하는 일도 생겼죠. 그때 밤늦은 시각 문 연 식당이 국밥집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메뉴 선택지가 드물었다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코렁탕’이라는 블랙코미디 소재가 탄생했습니다. ‘설렁탕을 코로 먹는다’는 의미인데요. 수사관이 밥을 먹는 피의자를 고문하려고 머리를 밀어 코를 음식에 담근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그러려면 음식에 국물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야만의 시대에는 설렁탕이 아니어도 인권침해 수사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밥 먹는 시간까지 두렵게 만든 게 설렁탕입니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5공 비리’로 1989년 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설렁탕을 먹은 것은 상징적입니다. ‘코렁탕’은 안기부 등에서 조사받은 이들이 전하는 극악의 메뉴입니다. 그런 조직의 수장이던 인물이 거꾸로 조사받는 처지가 돼 먹은 게 설렁탕입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도 ‘정보 공작 비리’로 1998년 3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권력 핵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1997년 5월 수뢰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BBK 특검에,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퇴임하고 2018년 3월 차명재산 조성의혹 수사에 각각 소환돼 꼬리곰탕과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이제는 외식 시장이 예전과 달라서 한밤에도 배달되는 음식이 구분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곰탕과 설렁탕을 먹었다는 소식은 계속 이어집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는 2016년 11월 첫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꼬리곰탕을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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