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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이 `국가보안시설` 언론에 공개한 까닭은

김미경 기자I 2021.06.23 17:23:47

23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가보니…
2013년 간첩조작 사건 계기 `인권보호` 최우선
환경·시설 개선, 조사 및 수사 분리
안기부·중앙정보부 시절은 `옛말`
2014년 이후 인권 침해 사례 全無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언론에 있는 그대로 모두 다 보여주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언론에 공개키로 결정하면서 직원들에게 하달한 특명이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 간첩조작 사건을 계기로, 인권보호 중심의 센터로 달라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 시절은 옛말이라는 것이다.

박지원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북한이탈주민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 시비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해왔다.

국정원은 23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센터 시설 공개는 간첩조작 사건 뒤 대대적 개편을 단행한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문에 들어서려면 미리 신분 조회는 물론 공간마다 인증과 보안 확인을 거쳐야 하는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에 있는 조사실에서 기자단에게 시설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08년 12월 중앙합동신문센터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시흥시에 개소해 2014년 7월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말그대로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북한이탈주민들을 임시보호하고 조사하는 국정원 소속 기관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제7조 3항) 및 시행령(제12조)에 의거, 이탈주민 해당 여부와 비보호 사유(항공기 납치·마약거래·살인·위장탈출 등) 등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통일부 장관에게 통보해 이를 근거로 정착금 지급ㆍ주거지원 등 ‘보호결정’을 내리게 된다.

센터는 분리동·조사동·수사동·후생동·다목적 체험관으로 나눠져 있으며 감염병 및 건강검진을 받은 뒤 입소, 최대 90일 동안 질병치료 및 탈북동기 등의 조사를 거쳐 하나원에 들어가기 전 기초교육을 받게 된다.

박지원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일부에선 과거 간첩조작 사건을 떠올리며 ‘센터’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가급 국가보안시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2014년 이후 우리가 해온 일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행사는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정원 보호센터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자리다. 저도 과거 국회 정보위 시절 이곳을 방문해봤지만 과거 합동신문센터에서 새롭게 바뀌었다”고 자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단적으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보호센터에서 조사받은 7600여명 중 인권 침해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현재 센터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을 보면 총 3건(유모씨 국가배상청구, 유모씨 조사관 대상 형사소송, 지모씨 부부 제기 국가배상청구소송)으로, 모두 2013년 이전에 발생한 과거 사건이다.

박 원장은 사과의 말도 꺼냈다. 그는 “과거의 일이라고 지금 국정원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했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생활실 전경(사진=공동취재단).
◇어떻게 달라졌나…조사 全 과정서 `투명성 제고`

보호센터는 법을 개정해 조사기간을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다. 조직도 단일 수사부서에서 위장 탈북 조사와 간첩 수사를 분리했다.

또한 과거 생활과 조사를 한 장소에서 실시해 독방감금,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던 ‘생활조사실’은 내부를 개조해 현재 생활실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입소자 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생활조사실’에 설치했던 CCTV도 사생활 침해 우려 해소를 위해 완전히 없앴다.

조사 전 과정은 투명해졌다고 했다. 조사실 출입문은 밀폐형에서 개방형 유리문으로 바꿔, 안을 언제라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밀실조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당사자가 동의 또는 요청하면 녹음 녹화를 하는 등 인권보호관을 통한 감독, 상담 등 인권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병원, 유아놀이방, 도서관, 음악실, 컴퓨터실, 심리상담실 등 관련 시설도 인권친화적으로 개선했다.

박 원장은 “최근 이탈주민이 사회에 정착해서 종편이나 개인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보호센터생활을 회상하기도 하는데, ‘조사관들이 매너있고, 친절했다’, ‘음식을 보고 명절인 줄 알았다’고 호평한다”며 “그 만큼 센터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시설은 낡고 부족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예산상의 문제”라며 “이 자리를 빌어 국회 예산의 필요성을 널리 알려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탈주민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피할 수 없는 만큼, 국정원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게 국정원”이라면서 “앞으로도 우리 직원들은 우리가 이탈주민의 대한민국 최초 보호자이고, 센터는 이탈주민의 첫 번째 고향이라는 점을 늘 명심하면서 업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센터는 2008년 이후 위장 간첩은 아니지만 비(非)탈북민 총 180여명을 적발했다. 비탈북민은 조선족, 화교, 한족 등 한국국적을 얻기 위해, 일부는 정착자금을 노리고 센터에 입소하려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호센터에 인권보호기능은 강화됐지만 간첩 적발은 더 워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국정원이 보유 및 확보한 자체 데이터베이스(DB)나 각종 정보를 활요해 과학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며 “또한 조사와 수사를 구분, 조사과정에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이첩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는 감찰ㆍ감사 관련 관계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며 “이탈주민 업무 전반에서 더 이상의 인권 침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자, 만에 하나 그런일이 재발할 경우 엄하게 처리하겠다는 국정원의 관심과 각오를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센터 입소자는 10여명.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과 동일하게 연령대별 시기에 맞춰 맞게 된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유아놀이방 전경(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생활용품지원실 전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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