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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건팀] 7년 만에 다시 열린 낙태죄 처벌 형법의 합헌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위헌이라 판결하고 2020년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성 단체와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일부는 태아 생명권을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은 당연한 결과”…여성계 “앞으로 입법 과정이 더 중요”
11일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자 여성계에서는 시대 흐름에 맞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정은 성남 여성의전화 이사는 “헌재의 위헌 판결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되찾은 것”이라며 “낙태를 불법으로 하고 여성을 처벌한다면 여성과 태아 둘 다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 오는 만큼 헌재의 판결이 시대의 흐름이나 여론을 반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혜진 변호사도 “66년 만에 폐지가 이뤄졌는데 그동안 여성들을 비롯한 꾸준한 요구에 응답한 것치곤 늦은 감도 없지 않다”며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에 대해 여성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위헌 결정에 시민들도 환영했다. 직장인 강모(29·여)씨는 “학창시절 낙태를 교육하며 태아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낙태가 살인과 같은 것처럼 취급했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낙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낙태가 불법이다 보니 여성들은 음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윤모(64)씨도 “낙태는 개인에게 맡기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물론 낳으면 좋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낙태할 수도 있고 그걸 죄로 여겨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성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제 모자보건법을 어떻게 개정할 것에 대한 논의로 갈 것”이라며 “헌재에서 의미를 부여한 자기결정권, 건강권, 평등권이 보장되는 방식의 모자개정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그동안 정부가 책임을 방기해왔던 낙태에 관련한 의학교육, 약물 임신중지의 안전한 방법에 대한 교육과 보험 적용 부분 등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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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 “떠밀리듯 낙태 당하는 사람도 있을 것”
다만 이번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낙태죄는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상존해 있다.
주요셉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미국이나 유럽도 낙태를 예방하는 조치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 중에선 낙태를 원치 않음에도 주위의 강요로 낙태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명은 지켜져야 하고 말 못하는 태아의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44·여)씨도 “외국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섣부르게 낙태를 결정해 후회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최모(68)씨도 “태아가 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죄 없는 아이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낙태죄를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보였다.
앞서 헌재는 11일 오후 2시 의사 A씨가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270조 1항(동의낙태죄)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4명은 헌법불합치, 3명 위헌, 2명 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금지한 현재 형법 269조 1항은 위헌으로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산부 동의를 받아 낙태 수술한 의사를 처벌토록 한 형법 270조 1항 역시 위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나 당장 해당 형법 조항을 폐지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 말까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할 것을 국회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