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통신비 절감 정책의 중심에 ‘알뜰폰(MVNO)’ 활성화를 둔 덕분에 지난해 7월 일본 2위 이통사인 KDDI의 자발적인 요금인하를 이끌었고, ‘가상화폐(암호화폐)’를 제도권 내로 편입한 덕분에 전 세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로부터 ICO(가상화폐 자본조달)에 따른 세금 수입을 얻는 것은 물론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출현하게 도왔다.
이는 알뜰폰을 고사시키는, 정부가 직접 요금제를 설계하는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준비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법무부와 온도 차가 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일본에 설립한 알뜰폰 업체 라인 모바일을 통해 31일 소프트뱅크와 알뜰폰(MVNO)사업 제휴를 맺었다. 소프트뱅크가 라인 모바일이 실시하는 제3자 할당 증자를 통해 라인 모바일 지분 51%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로써 라인의 지분은 49%로 줄어들면서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가져간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일본 내 이동통신 3위 업체인데, 이번에 라인 모바일의 경영권까지 인수하면서 알뜰폰의 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일본 국민들로선 앞선 소프트뱅크의 인프라를 통해 통신비 절감 효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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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보면 우리나라의 알뜰폰이 더 활성화된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가 9.4%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11%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기존통신사(MNO)이면서 알뜰폰을 하는 가입자는 정부 통계에서 빼고 있다.
우리로 치면 SK텔링크, KT M모바일, LG유플러스 유모비 등은 알뜰폰이 아닌 셈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기준이라면, 일본은 알뜰폰 점유율이 이미 20%를 넘는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통신비 절감 정책의 중심에 알뜰폰 활성화를 두고 가입자식별모듈(SIM) 잠금해제, 단말기 자급제 실시, 데이터 도매대가 지속 인하 등의 정책을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알뜰폰은 죽이고 정부의 규제권만 강화하는 보편요금제를 밀고 있다”며 “특히 일본정부는 ‘데이터 설비간 접속’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설비를 투자한 알뜰폰 기업에는 여러 혜택을 줘서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도록 돕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일본 정부가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 등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투자자 보호에 나선 것도 ‘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우리 정부와 다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싱가포르에 가서 200억 원 정도 규모 ICO에 성공했다”면서 “이 자금으로 직원도 1년 새 12명에서 100명 가까이 늘리고 정보보호 솔루션도 샀다. 정부가 규제에 예측가능성을 주지 않으면 외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