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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MB 후 첫 물가 장관회의…그런다고 잡힐까

경계영 기자I 2017.01.18 15:29:12
경기 침체 속에 과일과 채소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 절벽’이 찾아온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청과물 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4년 전까지 정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파이터’였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름을 딴 일명 ‘MB 물가지수’까지 등장해 품목별 가격 관리에 나섰다.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 52개에 대해선 개별 공무원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격을 관리하는 책임을 떠안았다.

장관급 인사들도 머리를 맞댔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 수장들이 모여 역대 처음으로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치솟는 물가를 어떻게 잡을지 고심했다.

실제 정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 내 전기·수도를 비롯한 공공요금 관련 품목 비중은 20%가량을 차지한다. 정책상 완전히 해외에 개방되지 않은 농축산물 등 간접적 영향권에 놓여있는 품목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물가에 미칠 수 있는 정도는 상당하다.

자료=통계청


이같은 정부의 적극적 대처에도 MB정부 당시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비 상승률은 2010년 2.9%에서 외려 2011년 4.0%로 더 뛰었다.

2012년 하반기 들어 물가 상승률이 2% 아래로 내려왔지만 정부의 ‘관리’ 덕분은 아니었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며 휘발유 등 가격이 덩달아 떨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한 제품의 가격은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적으면 오른다는 시장 원리에 따라간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최근 정부는 ‘인플레 파이터’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날씨 악화로 작황이 부진했고 재배면적도 축소되는 등 수급 불균형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뛰고 조류독감(AI)까지 겹치며 계란값도 급등하고 있어서다. MB정부 이후 중단됐던 장관급 물가 회의도 4년 만에 부활된다.

그렇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앞서 올해 들어 두 번 열린 물가관계 차관회의에서도 해외에서 들여올 계란을 위해 항공 지원비를 상향하고 배추 무 등 농협과 정부가 비축해둔 물량을 푸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책도 없었다.

‘보여주기’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지난 16일 회의 직후 한 고위관계자가 “정부가 (물가 관리에) 열심이라고 잘 좀 써달라”고 당부하는 등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이미 4년 전 무작정 가격 인상을 억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AI에 따른 계란값 인상 여파는 예상치 못한 일이긴 했지만 채소 등 서민 먹을거리 가격 급등은 되풀이돼왔고 해결책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매번 반복되는 현상의 맥을 정확히 짚고 해결책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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